조선이 버린 천재들/이덕일 지음/옥당 펴냄
역사학자 이덕일이 당대의 질서와 이념에 도전했던 사람들에 관한 책을 펴냈다. 그들은 이단아로 배척받았거나 멸문지화를 당했으나 먼 시대를 건너, 선각자로 부활했다.
맹목적 중화 사대주의, 사대부 중심의 신분질서에 빠져 있던 시대, 결코 변할 수 없을 것 같은 지고의 가치에 당당히 맞선 인물들이 있었다. 주자의 이론이 진리였던 시대에 주자와 다르게 경전을 해석한 윤휴, 이단의 낙인 위협에서도 양명학자라고 커밍아웃한 정제두, 함경도에 대한 지독한 지역차별로 백성의 삶이 도탄에 빠지자 분연히 일어선 홍경래 등이다.
인조가 장악한 세상을 향해 '인조반정은 쿠데타'라고 꾸짖은 유몽인, 소중화 사상 속에서 오랑캐의 역사로 인식되던 발해사를 우리 역사라고 주장한 유득공, 놀고먹는 자는 나라의 좀이라면서 '양반도 상업에 종사케 하라'고 주장한 박제가, 탐학과 착취에 고통받던 농민을 일으킨 김개남 등은 당대엔 이상한 사람이었고, 가까이해서는 안 될 위험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뛰어난 이론가에다 실천가였으나 당대에는 쓰이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유배지를 전전했고, 어떤 이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들은 당대에 버림받았으나 먼 세월을 뚜벅뚜벅 걸어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또한 수많은 문제와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생각해야 할 거리를 던져준다.
지은이는 '혁명가는 천재'라고 말한다.
"천재란 많은 것을 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대다수 사람이 상식이라고 믿는 개념과 구조에 반기를 들고 싸우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반기가 나중에는 주류의 깃발이 되고 인류발전의 역사가 됐다. 지동설이 그랬고, 상대성 원리가 그랬고, 민주주의 역사가 그랬다. 시대의 논리에 도전하며 앞서 간 사람들이야말로 천재다."
이 책은 기존 질서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으며, 어떤 억압 앞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이 안락한 삶과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뚝심 있게 그 길을 갔기에, 과거의 금기는 오늘의 상식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희생은 우리 시대의 발전과 안녕의 토대가 되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은 막무가내가 아니었다. 세월을 지나 그들의 주장이 상식이 된 근원에는 당대는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그 주장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총 22명의 선각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사람들을 4종류로 분류한다. 1부에서는 기존 질서에 맞서 틀을 깨고자 했던 사람, 2부에서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사람, 3부에서는 사농공상 철폐를 주장하며 가난구제에 힘쓴 사람들, 4부에서는 주군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죽어간 사람들이다.
지은이 이덕일은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를 시작으로 한국사 쟁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해온 학자다. '조선왕 독살 사건'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세상을 바꾼 여인들' '이회영과 젊은 그들' 등을 썼으며, 흡인력 있는 문체로 당대의 문제를 현재의 문제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서를 전문가의 영역에서 대중의 영역으로 확장한 학자이기도 하다. 30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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