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가 된 현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류를 꼽으라고 하면 학생들은 우선적으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떠올릴 것이다. 자소서는 학생부에 담겨 있는 학생 개인의 학업 역량을 보다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고, 학생부만으로 알기 힘든 개인의 활동 이유와 내용 등을 제시할 수 있는 자료다.
예를 들어 학생이 교내대회에 참가해서 수상했을 경우 학생부에는 수상 경력의 사실 여부만 기록할 수 있게 제한해 학생이 대회를 왜 참가하게 되었는지, 대회를 위해 어떠한 준비과정을 거쳤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창의적체험활동 가운데 자율활동의 경우에도 학생의 개인 활동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지만 단위학교의 행사나 학년 단위, 학급 단위의 활동 등이 기재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소서에는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을 넘어서 자신만의 활동 과정을 담아야 한다.
자소서는 공통문항 3개와 대학별 문항 1개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은 각 문항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기 이전에 대학이 자소서에서 찾고자 하는 인재상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대학의 교육과정을 잘 이수할 수 있는 학업역량을 가진 학생이다. 이런 취지에서 본다면 자소서의 역할이 명확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소서에 쓰고 있는 활동 내용을 보면 여전히 비교과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2번 문항,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에서 비교과 관련 활동 내용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대학이 강조하는 '활동'은 비교과 스펙이 아닌,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교과에 기반을 둔 학습활동을 의미한다.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도 활동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 속에서 생겨난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기술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학교생활 사례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우선이다. 요즘에는 일반고에서도 다양한 학습경험을 가능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학업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만의 학업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소서에 대한 관점을 writing에서 making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활동 내용이 자신의 학업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지 판단하는 일이 먼저라는 얘기다. 따라서 학생부를 바탕으로 자신의 학업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매 학기 어떤 활동에 초점을 맞출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활동의 동기가 명확해야만 자소서에 쓸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대의 4번 문항, '고등학교 재학 기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여 주십시오.'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문항이다. 질문 밑에는 작성에 대한 방향을 위해서 '선정 이유'는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하라고 나와 있다. 이는 학습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책을 읽게 되고 책을 통해서 학습활동을 완성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자소서의 문항들이 학습활동을 통한 개인의 학업 역량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서울대 4번 문항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책에 대한 선정 계기와 책에 대한 평가를 강조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소서의 역할은 교과 수업시간을 바탕으로 교과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3학년이 되어서 작성하는 자소서는 이러한 활동이 제대로 되어 있다는 가정에서 작성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학업 역량을 충실히 보여줄 수 있는 자소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1학년 때부터 동기, 과정, 결과 등에서 일관되게 당위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들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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