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총기규제 입법을 촉구하며 23일(현지시간) 의사당 안에서 이틀째 연좌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의회 다수인 공화당은 연좌농성이 "관심끌기용 쇼"라고 비난하며 민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내달 4일까지 휴회를 강행하면서 총기규제 법안 표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연좌농성은 1960년대 셀마-몽고메리 참정권 운동행진 등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한 유명한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인 존 루이스(조지아) 하원의원의 주도로 시작됐다.
미 역사상 최대의 총기 참사인 올랜도 총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틀 전 상원에서 총기규제 관련법 4건이 모조리 거부된 데 이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도 표결이 봉쇄되자 나온 선택이었다.
루이스 의원은 동료 의원들 40여 명과 함께 전날 정오께 하원 의사당에 입장해 "우리나라 무고한 이들의 피와 죽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닫고 있다"며 "얼마나 더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비탄의 눈물을 흘려야 결정을 하겠는가"라며 즉각 총기규제 입법에 나설 것을 공화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민주당 하원이 추진하려는 법안은 이른바 'no fly, no buy'(출국금지 대상자의 총기 구매 금지) 법안이다. 테러 의심을 받아 출국이 안 되는 이들의 손에 총기가 쥐어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의회가 내달 4일 독립기념일까지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총기규제 관련법의 표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총기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와 함께 의사당 바닥에 앉아 연좌농성에 돌입한 의원들은 총기사건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입법 없이 휴회 없다"(No bill, No break)는 구호를 연호했다. 참여의원들도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하원 다수인 공화당은 표결 처리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번 연좌농성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쇼"(publicity stunt)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적법절차 없이 한 사람의 헌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빼앗는 법안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말했다.
농성이 밤까지 길어지자 라이언 하원의장은 농성을 중단시키기 위해 총기규제와 무관한 다른 법안의 표결을 시도했다.
라이언 의장이 의장석에 들어서자 민주 의원들은 의장을 향해 "입법 없이 휴회 없다" "부끄럽다"(Shame)고 외치며 총기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흔들어 의회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공화당은 그러나 농성 15시간가량이 지난 새벽 3시께 민주당의 반대 속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관련 예산에 대한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킨 후 4일까지 휴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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