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지난 2월 출시한 8세대 뉴 911 카레라 S는 엔트리급 모델이면서도 맹렬한 속도와 탄탄한 차체 안정성, 뛰어난 제어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데일리(일상용) 스포츠카다. 스포츠카에 로망을 지닌 이들은 물론 스포츠카 문외한에게까지도 금세 매력을 심어 놓는, 생애 첫 키스만큼이나 심장을 뛰게 하는 차다.
포르쉐의 아이덴티티(정체성) 그 자체인 911은 포르쉐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이 회사의 스포츠 DNA를 고스란히 품은 차다. 포르쉐에 따르면 이 차의 디자인은 처음 출시한 1963년 이후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그만큼 처음 설계할 때부터 공기저항을 가능한 한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로 출시한 뉴 911 카레라 S는 낮은 차체 높이와 비스듬하게 경사진 후면 외관이 스포츠카로서의 날렵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둥글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전면부 범퍼와 라이트 부분이 아담하고 귀엽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달리는 순간만큼은 말 그대로 괴수 같은 힘을 보여줬다. 회사가 40여 년 동안 레이싱은 물론 양산형 제품에서까지 두루 쌓아온 기술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1일 대구 수성구 지산동 포르쉐 공식 딜러사인 아우토슈타트㈜에서 수성나들목~청도나들목의 고속도로 구간을 달린 뒤 국도로 경산~수성구 월드컵대로를 거쳐 돌아오는 거리를 1시간 30분 동안 주행했다.
신차는 가속 페달을 한참 밟아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꾸준히 그리고 빠르게 속력을 높였다. 이 차의 3.0ℓ 6기통 터보 수평대향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45.9㎏'m의 힘을 낸다. 두 개의 터보차저와 헤드 중앙에 위치한 직접분사장치가 특징이며, 최근의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다운사이징을 감행했음에도 변함없는 성능을 보여준다. 또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는 변속할 때의 덜컥거림을 전달하기는커녕 언제 기어가 바뀌었는지도 모를 만큼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했다.
계기판 상 최고 속력은 330㎞이며 안전 속력만 해도 295㎞에 달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회전수(Rpm)가 1천700~5천rpm을 두루 넘나들었고, 속력은 110~220을 오갔다. 그 내내 강한 토크감이 느껴졌다.
월드컵대로에서 주변에 다른 차량이 없을 때, 동승한 아우토슈타트 직원이 대신 운전해 슈퍼카 고유 기능인 '런치 컨트롤'(launch control)을 경험해 봤다. 이는 제동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고 있다가 제동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순식간에 튕겨나가는 레이싱 전용 스타트 기능이다. 굉음을 내며 멈춰 있던 차는 금세 시속 100㎞를 넘어 220㎞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7초 전후의 시간이 걸렸다. 포르쉐에 따르면 이 차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제로백)은 단 4.3초다.
제동력도 막강했다. 이런 상태로 15초쯤 더 달린 후 제동 페달을 반쯤 밟자 순식간에 속력이 50㎞로 줄었다. 이는 6㎜의 디스크 브레이크와 대형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가 제동페달을 밟는 즉시 강력한 힘으로 바퀴의 속력을 줄여 주고, 일반 차량의 것보다 편평한 타이어가 지면의 마찰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우토슈타트 관계자에 따르면 911은 차체 뒤에 장착된 엔진이 뒷바퀴에 강력한 힘을 전달하는데, 그러면서도 앞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차체의 균형을 탄탄하게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그대로 증명하듯 차는 시속 110㎞ 전후의 속력을 내는 동안에도 잠깐의 제동 탄성만으로 거의 감속하지 않은 채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여줬다.
드라이빙 포지션을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다시 스포츠 플러스로 바꿀 때마다 차는 더욱 과격한 본성을 드러냈다. 특히 최대한의 성능을 풀어놓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전자식 댐핑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자체 높이가 10㎜ 낮아지고 서스펜션도 더욱 탄탄하며 예민해진다. 이로 인해 차는 빠른 속력을 내면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노면의 상태를 고스란히 느끼며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스포츠카를 처음 경험한 기자를 대신해 아우토슈타트 직원이 고속 코너링 시범을 보였다. 이 차는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뒷바퀴가 함께 움직이며 방향 전환을 돕는 덕에 조수석에 앉아서도 좌우 쏠림으로 인해 내벽에 부딪히는 일이 없었다. 직원은 "서킷 훈련 등을 통해 고속 주행에 익숙해지면 차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911을 타고 달리면 쏠림이나 충돌을 걱정할 것 없이 고속에서도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내 도로에서는 예상 외로 안정적인 주행감을 보여줬다. 처음 차에 올랐을 때는 딱딱한 차체가 노면의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받는 것처럼 느껴졌으나, 달리면 달릴수록 불필요한 충격을 잡아 줬다. 공식 복합연비는 ℓ당 9.4㎞. 도심연비 ℓ당 8.4㎞, 고속연비 ℓ당 11.0㎞다. 고성능 스포츠카란 점을 고려하면 매우 훌륭한 수치다. 다만 가격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뉴 911 카레라 S는 기본 1억3천300만원부터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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