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기아차 수리 견적서 총액만 써놔…공임·부품 '바가지' 가능

기아자동차를 소유한 A(33) 씨는 차량 하부 소음 때문에 기아차 정비소 '오토 큐'를 방문했다. A씨의 차량을 살펴본 정비사원은 "완충 장치 한쪽이 고장 났다. 균형 맞게 양쪽 완충 장치 전체를 교체하고, 점화 플러그 세트와 각종 오일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오토 큐에서 받은 견적은 총 61만8천원. 견적서에는 총액만 쓰여 있을 뿐 공임과 단가 등은 적혀 있지 않았다.

미심쩍었던 A씨는 현대차 정비소 표준공임과 현대기아차그룹(이하 현기차)이 제공하는 부품가격을 모두 합해봤다. 오토 큐에서 받은 견적보다 약 22만원이나 저렴한 39만6천원이 나왔다. A씨는 "대기업의 이름을 팔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일부 현기차 서비스 센터가 부품값과 공임을 합쳐서 견적을 내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워 가격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현대 블루핸즈(2007년)와 기아 오토 큐(2006년) 등 회원제 서비스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정비소에서는 차량 정보를 등록하면 시기에 따라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모품 교환 주기를 관리해 준다. 현대는 1천396곳, 기아는 814곳으로 전국적으로 현대기아차 전체 정비소는 2천210곳에 이른다.

문제는 98%가 넘는 정비소가 가맹점이라는 사실이다. 현대기아차 정비소 중 단 42곳만 직영이고 나머지는 일반 정비소와 계약을 맺은 가맹점이다. 자가 영업력으로 유지해야 하는 가맹점의 경우 정확한 부품 가격과 공임을 공개하지 않아 바가지를 쓰는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014년 블루핸즈를 방문했던 B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통합 금액만 22만원을 내라기에 부품 가격과 공임을 각각 보여 달라고 말하자 부품값 11만원, 공임비 9만원을 합해 20만원이 적힌 견적서를 다시 줬다. 10분밖에 안 걸리는 작업 공임이 왜 그리 비싸냐고 말하니 11만원만 내고 가라고 했다"며 "표준 공임과 부품가격을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모든 정비소가 사용토록 하고 이를 어길 시 라이선스를 빼앗는 등 강력하게 처리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현기차 관계자는 "가맹점의 경우 각자 사업을 하는 사업주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에는 현기차의 견적 시스템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부품과 공임 가격이 한꺼번에 나온 견적서를 현기차에 보내주면 해결해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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