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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창간 70돌 2017 대권주자 인터뷰] ④ 박원순 서울시장

"민맹·불통의 朴정부…'따뜻한 가슴'으로 차기 정권 이어야"

열정적인 시민활동가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정치인으로 안착한 박원순 서울시장. 검사, 변호사를 거친 뒤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등 꾸준한 시민사회활동을 통해 늘 '약자'와 '민초'의 편에 섰다. 시민활동가에 대한 편견인 '과격한' 이미지와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부정과 부패, 불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냉엄했다.

박 시장은 민생에 눈과 귀를 닫은 '민맹(民盲)과 불통정치'를 박근혜정부의 가장 잘못된 정책으로 꼽고, 국민만을 바라보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 정책을 주문했다. 국정교과서 강행, 국민 동의 없는 위안부 협상, 세월호 진상조사 지연, 메르스 늑장 대응, 진박 싸움 등을 민맹정치의 사례로 들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안보 환경과 경제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중 한 국가를 선택하는 일인 것처럼 끌고 왔기 때문에 외교적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 평소 소신대로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를 강하게 주장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불평등한 구조와 양극화로 보고,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평생 현장과 소통하며 기존 정치 관습에 물들지 않고 국민을 최종 지향점으로 살아온 삶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차기 대권에 대한 도전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시장과의 인터뷰는 일정상 서면으로 진행했다.

-87년 헌법 체제의 개편론과 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은.

▶시대 변화상을 담은 근본적 탈바꿈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개헌의 큰 방향은 우리 사회에 닥친 위기를 탈출하는 계기로서의 합의 과정이 돼야 한다. 내용상으로는 분권과 자치, 협치와 상생, 혁신과 변화라는 시대의 큰 방향을 반영하는 미래 지향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과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견해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은 '경쟁 상대'가 아닌 '상생 파트너'다. 현장형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 특색에 걸맞은 경쟁력을 키워나갈 때 수도권과 지역의 갈등은 줄어들고, 도시와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서울시가 개헌을 통해 분권'자치의 헌법 정신을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뉴욕-워싱턴과 같은 다양한 관점과 모델을 두고 중앙-지방 간 불평등한 구조를 해결하는 '미래지향적 개헌'을 논의할 수 있다. 아울러 국세와 지방세의 세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6대 4 또는 5대 5로 조정하고 보편적 복지사업은 국가가 부담해 지방의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현 3당 체제로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보수, 진보 후보 단일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나?

▶정권 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에 답하기 위해선 정치적 구도 이전에 어떻게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하는 수권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만,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연대의 정신을 통해서만 확실한 집권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방안은?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협력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방식만으론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 관계 개선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먼저 남북 양쪽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남북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자 간 대화와 협력이 어렵다면, 국제사회와 공조해 지난 6자 회담의 중단된 합의를 복원해 실천할 방안을 먼저 고민하고,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의 핵 폐기를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경색 국면에서 다소라도 벗어나게 되면 정치적 이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도시 간 교류로부터 남북 간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경평(京平)축구, 서울시향의 평양 협연 등 구체적 콘텐츠를 통한 지방정부 간의 실용적 교류는 남북 신뢰 회복의 중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증세와 복지에 대한 논의는 항상 뜨겁다. 교육, 복지 등을 위한 증세에 대한 입장은.

▶교육과 복지는 필요를 논하기 이전에 시민, 국민의 권리로서 당연히 보장해야 할 당위의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의 복지 투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복지 투자 확대 과정에서 재원 대책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선행돼야 하지만, 이와 관련해 증세냐 감세냐를 논하기 전에 재정 운영의 건전성과 재정 구조의 합리성부터 재고돼야 한다. 서울시가 시정의 낭비 요소, 부패 요소를 제거해 7조원의 채무를 줄이는 동시에 2조원 이상 복지 투자를 늘렸듯, 건전하고 투명한 재정 운영을 기초로 복지 역량을 늘려가는 것이 우선이다. 이 같은 자구 노력 없는 증세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중앙정부가 복지 확대에 대한 재정 부담을 지방정부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지금의 방식 역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승자 독식과 양당제 폐해의 원인이라는 소선거구제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선거구제 개편은 보다 포괄적인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 국정 운영이 날로 다양해지는 국민 뜻에 제대로 부응하려면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의회로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건의하는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해결책이 없다고 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 일로에 있다. 대한민국호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양극화 해소의 해법은 지난 반세기 우리 사회에 성장만능주의 정책이 만연되면서 시민들의 삶 속에 드넓게 퍼진 크고 작은 불평등, 불균형, 불공정 요소들을 뿌리 뽑는 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형 경제민주화' 종합정책을 가동해 성장의 온기가 시민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고, 시민 누구나 공정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대동경제'(Weconomics)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골목상권,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상생이 이루어지도록 대형마트 휴무제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외부자본에 의해 토착민이 밀려나는 모순적 상황을 막기 위해 장기안심상가 등의 대책을 추진 중이다. 또 지난 임기에 이어 민선 6기 8만 호 임대주택을 추가 확충하는 등 서울 시내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삶의 격차를 줄이는 한편 전'월세 가격 상승이 시민의 주거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검찰권 제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서 검찰 개혁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최근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진실을 다시 확인하는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 권한을 통제,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한 장치가 필요하다. 공직부패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를 통해 권력형 부패'비리와 전면전을 펼치는 특단의 개혁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 즉 실업은 사회안전성을 해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청년 고용 증대와 일자리 창출 방안은 있는가?

▶'세상의 모든 답은 시민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청년실업 등 청년 문제를 풀기 위해선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청년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시는 청년들과 무려 3년여간의 논의 과정을 거쳐 청년들의 자발적인 구직,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청년수당'을 비롯해 주거, 활동공간 대책을 포괄하는 20개 청년정책 패키지사업을 완성했다. 또 청년들이 직접 경험한 일자리를 경력으로 연계하고 평생 일자리로 이어가는 '뉴딜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혁신활동가' '서울에너지설계사' '빅데이터분석가' 등이 그 사례다.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시 일자리 카페'도 구직활동 중인 청년들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반영한 정책이다.

-사드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 중국과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은 어때야 한다고 보는가?

▶미국과 중국은 모두 국익을 위해 중요한 국가다. 미국은 가장 중요한 혈맹국이고, 중국은 경제'외교적으로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국가다. 사드의 배치는 안보 환경은 물론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인데, 이를 마치 둘 중 한 국가를 선택하는 일인 것처럼 끌고 왔기 때문에 외교적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드는 북한 핵 대응의 본질적 해법이 아니며,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남북 관계 개선에 있다고 본다.

-박근혜정부의 가장 잘못된 정책은 무엇이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겠는가?

▶박근혜정부의 정치는 민맹(民盲)정치와 불통정치라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1천200조원이 넘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6천470원이고, 일자리가 불안한 비정규직이 627만 명(2016년 통계청)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에 해당한다. IMF 때보다 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박근혜정부는 4년 동안 민생에 눈과 귀를 닫고, 불통의 정치를 펼쳐왔다. '국정교과서' 강행, 국민 동의 없는 '위안부 협상', 세월호 진상조사 지연, 메르스 늑장 대응, 진박 싸움 등 국민의 삶 앞에서 눈을 감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왔다. 지난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냉엄한 평가 역시 박근혜정부의 민맹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민생과 경제살리기 정책에 나서는 것이다. 삶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민심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듣고, 그 목소리에 기반해 먹고사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따뜻한 가슴'이라고 본다.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꼽히는 소통, 공감, 협치, 상생 등이 모두 따뜻한 가슴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통령이 반드시 그리고 제일 먼저 풀어야 할 대한민국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모든 문제는 불평등한 구조와 격차에서 시작됐다. '소수를 위한 변화가 아닌 모두를 위한 변화'라는 대전제하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가장 큰 강점과 경쟁력을 꼽는다면?

▶21세기는 집단지성의 시대다. 아무리 위대한 정치가라고 해도 혼자 힘만으로는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민과 소통하며 시민의 동의를 구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힘이 시대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 가야 하는 현대 정치인의 진정한 저력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평생 현장과 허물없이 소통하며 살아왔다. 원해서 걸었던 그 길, 그 삶이 서울시장으로서 민생을 챙기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대선 출마가 유력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만 정치적인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고 핵심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은 있나?

▶서울시민들이 서울시장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두 번에 이나 선택해줬다. 나의 정치 경력이나 정치적 기반을 보고 뽑아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정치의 관습에 물들지 않은 채 시민, 국민을 정치의 최종 지향점으로 삼아 달려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치공학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의 본령을 묵묵히 실천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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