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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상식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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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활 수필가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상식이 열린 대구 범어도서관은 감동의 물결이 넘실대는 환희의 바다였다. 수상자들은 '문학을 연모해온 문학소년 소녀 시절의 꿈을 이제야 이뤄냈다'는 기쁨이 주름살 깊은 얼굴 위로 넘쳐흘렀다. 수상을 축하하러 온 가족을 비롯한 친지 친구들은 붉은 꽃다발에 마음을 실어 할머니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드렸다.

정해진 시상식에는 멀리 전남 곡성에서 4대 13명의 대가족이 참석했다. 시상식이 끝날 무렵 증손자인 어린아이가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전하겠다"며 단상으로 올라왔다. "저는 생태 글쓰기로 상을 탔는데 이번에는 상할머니가 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는 그만 준비해간 할 말을 잊어버려 한참 동안 끙끙대다 연단을 내려오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린 학동의 머뭇거리다 끝을 내지 못한 편지는 매끄럽게 포장된 유창한 언어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시니어문학상 공모전에 응모한 많은 작품들이 이 아이의 편지글처럼 더러는 설익었거나 마음이 느끼고 있는 것들을 모두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꼬마가 전하지 못한 무언의 빈칸을 축하객들이 얼른 알아차리고 환호하고 격려했듯이 공모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용솟음치고 있는 문학적 열정에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

시니어문학상 제정은 우리나라 문학 역사상 최초이다. 이 상은 기존 언론사들이 하고 있는 신춘문예보다 수상자의 숫자도 더 많고 상금의 규모도 훨씬 크다. 젊은 문청들이 소망하는 신춘문예가 문학 발전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에서도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시니어들의 문학 열정에 새로운 불씨를 지펴주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하니 그들의 활동 무대가 한결 넓어질 전망이다.

시상식장의 풍경은 한마디로 '감동의 무대'였다. 대상 수상자인 전병하 씨는 암 투병 중이어서 식장에 나오지 못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불 꺼진 방에 전기가 들어온 듯 갑자기 환해짐을 느꼈다"고 했고, 그의 아내는 "평생 고생만 한 남편 인생에서 오늘의 수상 소식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논픽션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박기옥 씨는 수상소감에서 "공비들에게 38명이 희생된 우리 마을의 비극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했다. 또 있다. '안마사'라는 글을 읽을 때 심사위원의 눈가를 물기로 젖게 했던 조원웅 씨는 검은 안경을 쓰고 맹인 지팡이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그는 어둠의 세계에서 생계와 문학을 두 손에 쥐고 결코 좌절하지 않고 일어섰다. 그의 생애 중에 만났던 문학은 시니어문학상 수상으로 드디어 결실을 이룬 셈이다.

시니어문학상은 글쓴이들의 글 솜씨 여부로 순위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체의 아름다움이나 구성의 절묘함보다는 문학의 열정과 감동의 무게를 우위에 두고 당선자를 결정한다. 심사위원장인 '객주'의 작가 김주영 씨는 "노인들은 걱정이 많다. 나이가 들면 안 하던 걱정도 하게 되고 괜히 주눅이 들고 밥맛이 없어진다. 또 한평생을 잘못 산 게 아닌가 하고 자탄도 하게 된다. 노인들의 생각 자체가 병이 되기도 한다. 노인들이 가슴속에 쌓인 병증들을 치유하려면 글쓰기를 해야 한다. 많이 배운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다. 글 속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솔하게 쓰면 그 글이 잘 쓴 글"이라고 했다.

선배 세대는 선배 세대의 노래를 불러야 하고, 후배 세대는 후배 세대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래야 선후배 세대가 서로를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노인은 마치 사회의 짐이나 빨리 잊어야 할 구태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태도는 한평생을 살며 쌓은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버리겠다는 생각이다. 시니어문학상은 노인의 이야기를 우리 공동체의 자산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참으로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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