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생제·항바이러스제 제대로 알기

안 먹자니 아플 것 같고, 먹자니 내성 생길까 걱정

세 살 난 아이를 두고 있는 주부 송모(37) 씨는 항생제 처방을 받을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감기 처방에 빠지지 않는 항생제를 꼭 아이에게 먹여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의사는 "감기에 중이염이 같이 올 수 있으니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또 다른 병원에서는 "항생제를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해 더욱 혼란스럽다. 송 씨는 "항생제를 먹이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을 것 같고, 막상 먹이려니 내성이 생길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푸념했다.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1928년 인류의 첫 항생제인 페니실린 이후 수백 종의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인간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수많은 감염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항생제'항바이러스제의 오'남용은 내성균의 출현을 촉발시켰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며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항생제'항바이러스제, 과연 어떻게 먹어야 할까.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전 세계에는 수백 종의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있다. 주로 쓰이는 항생제는 세파계, 페니실린계, 퀴놀론계 등으로 구분된다. 항바이러스제는 에이즈, 헤르페스, 바이러스 간염 등에 효과적인 약제들이 개발돼 있지만, 아직 개발돼 있지 않은 분야가 훨씬 많다.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는 작용하는 대상이 다르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한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을 약하게 만들어 감염된 세포를 죽인다. 항바이러스제는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항바이러스제는 빠르게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특히 노인, 임산부 등에게 바이러스 감염이 생겼다면, 항바이러스제를 빠르게 투여해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크기부터 차이가 난다. 바이러스는 30~300㎚(나노미터, 10억분의 1m)이지만 세균의 크기는 1~5㎛(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로 훨씬 크다.

구조에도 차이가 난다. 세균은 하나의 독립된 세포로 이뤄진 생물로 세포막과 세포벽, 핵,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핵이 있고, 이 핵을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다. 세균은 공기 중이나 사람의 몸속 등 먹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증식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생물체의 세포를 숙주로 삼아야만 번식할 수 있다.

◆감기 낫게 하는 명약은 없다

항생제'항바이러스제 오'남용 문제가 가장 흔하게 꼬집는 사례가 감기다. 감기 자체에 효과가 있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대부분의 감기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를 하면 1, 2주 내에 증상이 완화된다. 병원에서도 대부분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항생제가 폐렴을 막아준다는 인식도 사실이 아니다. 폐렴이었는데 감기인 줄 착각했다는 게 정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세균성 편도염 등 항생제를 써야 하는 상기도 감염도 많기 때문에 잘 구별해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이염도 일반적으로는 항생제 없이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에도 불구하고 항생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0년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51%로 절반을 넘었다.

환자들의 잘못된 인식도 문제지만 의료 현장에서 항생제가 필요한 질병인지 신속하게 진단하기 힘든 점도 과다 처방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항생제가 필요 없는 바이러스성 질환과 항생제가 필요한 세균 감염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이 아프고 열이 나는 인후두염 경우 바이러스 감염일 수도 있고, 세균 감염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그냥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항생제에 대한 오해들

항생제를 자주 복용하면 내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나 항생제가 필요한 감염병을 치료할 때 내성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처방하는 의사가 적절한 기간과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생제가 많이 투여된 육류나 생선을 먹는다고 해서 항생제가 몸 안에 쌓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축에서 발생한 항생제 내성균이 인간에게 전파될 수는 있다. 따라서 가축이나 어류 양식 등에 사용되는 항생제를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기에 항생제를 쓰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감기가 확실한 경우라면 항생제는 필요 없다. 성인의 경우 콧물이 주로 난다면 항생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 다만 처방약에 항생제가 들어가 있는지 의사와 상의하고, 들어 있다면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생제는 나쁘다는 일방적인 인식보다는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항생제가 필요 없는데도 항생제를 넣어 센 약을 지어달라는 식의 부적절한 요구도 하지 않아야 한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는 "일부 항생제는 부작용이 있지만 오랜 기간 투여되지 않고, 대부분 안전하다"면서 "오히려 꼭 필요한 상황에서 쓰지 않으려고 하다가 병을 키우는 것이 문제다. 차를 타면 교통사고가 날 수 있지만 차를 타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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