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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8월 29일 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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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그물이 쳐진 것을 보았으니 어찌 남아가 제 일신을 아끼랴." "복국(復國)의 공신이 되셔서 천만세 무궁하도록 만대의 영웅이 되지어라."

앞글은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이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로 나라를 잃자 이듬해 1월 고향 안동을 떠나 조국을 등지고 중국 서간도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망명길에 오르며 남긴 '거국음'의 일부다. 뒷 문구는 석주 부인 김우락(金宇洛) 여사가 지은 것으로 최근 밝혀진 '해도교거사'(海島僑居辭)의 일부다. 중국 간도 땅 해도에 살며 부인이 남편의 독립운동을 응원하며 지은 글이다. 기개 넘치는 남편의 각오에 걸맞은, 담대한 부인의 올곧은 속내를 드러낸 글이다. 과연 부창부수다.

조선 말기, 산하는 나라를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길 바란 이완용 같은, 잊어서는 안 될 매국(賣國)의 노예를 낳았다. 산하는 또한 나라 되찾는 일로 길이 기릴만한 복국할 인걸도 배출했다. 한 하늘을 함께 지고 살 수 없는 인물을 함께 세상에 내놓은 셈이다. 결국 이완용은 조선 땅에서 죽을 때까지 동족의 피를 대가로 호의호식의 삶을 누렸으나 죽어서 어둠이 됐고, 석주 같은 복국의 영웅은 남의 땅에서 밤이슬 맞으며 광복에 나서 빛의 역사가 됐다. 경술국치는 불행한 국운이 개인 운명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절실히 깨우치게 한다.

이완용은 '나처럼 살면 나라는 망한다'는 경각심을, 석주는 그 반대의 교훈을 남겼다. 매국의 군상들 탓에 산하는 빛과 나라를 잃고 34년 11개월 16일(34년 351일)을 일제 밑에 신음해야 했다. 그리고 석주 같은 독립운동가의 피와 땀, 희생 덕에 1945년 8월 15일 복국은 가능했다.(일제 식민지배 기간은 절대 36년간이 아니다) 그리고 서간도에서 함께 고생한 손자며느리 허은 여사는 복국으로 생전 표현처럼 시조부와 달리 '이토록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 살다 떠날 수 있었다.

오늘은 국치일이다. 현충일처럼 조기(弔旗)를 달 수 있는 날이다. 지자체 조례 덕분이다. 대구는 2014년 5월, 경북은 지난해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2014년과 지난해 8월 29일 처음 국치일 조기를 달았다. 광복 70주년인 지난해는 여러 지자체와 함께 조기를 내걸었다. 가정과 시민 참여는 낮기만 하다. 기쁜 날처럼 잊어서는 안될 슬픈 날도 있다. 특히 경술국치일은 더욱 그렇다. 오늘만이라도 석주 부부의 글을 새기며 조기를 달아보자. '이토록 살기 좋은 세상'의 국운 융성을 위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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