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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의 에세이 산책] 양치질을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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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가 유난을 떠는 게 싫었다. 몇 달 전에는 샴푸 성분이 체내로 흡수된다는 신문 기사를 읽더니 아직 반이나 남아 있던 샴푸를 버리고 친환경 샴푸로 바꿨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샴푸보다 족히 세 배나 되는 가격이었다. 지난달에는 작은 다툼도 있었다. 습한 날씨에 날벌레가 많아져 집안 곳곳에 살충제를 뿌려 뒀더니 모기보다 더 위험한 것이 살충제라며 구박을 하기에 그만 참지 못하고 "유난 좀 그만 떨어"라고 했던 것이 빌미였다. 별 해가 없으니까 이렇게 팔고 있는 것일 텐데, 전문가들이 검증했다고 해도 믿지 않는 아내가 솔직히 가끔은 피곤했다.

아내의 호들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연말에는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선량계까지 구해왔다. 그러고는 일본에서 온 것으로 생각되는 집안 살림 하나하나의 선량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통관이 된 것이라고 해도 아내의 호들갑을 돌려세울 수는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준치 이상은커녕 조금의 방사선도 검출해낼 수 없었다.

얼마 전부터는 식탁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어묵 볶음도 사라졌다. 어묵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분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마트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어묵 한 봉지를 그대로 버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까웠다. 전분 생산 공장이 그렇게 비위생적이라면 벌써 문을 닫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의심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하나도 없지 않을까? 위험한 물질을 생산하고 판매해도 공장과 마트는 문 닫지 않는다는 것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200명이 훨씬 넘고,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성분이 오늘 아침 내가 쓴 치약에도 들어가 있다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도가 한창이던 어느 날에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전화를 해볼까 하다 말았다. 유난스럽다고, 호들갑 떤다고 비웃을까 봐 그만두기로 했다.

다시 살충제를 뿌리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와 샤워를 하고, 로션을 발라 주고, 함께 사과를 먹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양치질을 하다가 치약 뒤편에 적힌 성분 표시를 꼼꼼하게 읽었다. 아이 입으로 들어가는 사과를 보며 미처 씻겨 내려가지 않은 농약에 대해 생각했다. 늘 하던 대로 아이 몸에 로션을 바르며 TV에서는 내일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뉴스를 듣는다. 나도 유난스러워진 것일까.

아내는 오랜 투병 생활을 하던 아버지를 간호하며 정부도, 병원도, 회사도 우리를 지켜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가족의 인터뷰를 보며 아내는 몸을 떨며 울었다. 때로는 유난과 호들갑도 피해자들의 고통과 연대하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을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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