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황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라"

성탄 전야 미사서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의 성탄 전야 미사 강론에서 이 시대 어린이들의 고통을 생각함으로써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자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의 성탄 전야 미사 강론에서 이 시대 어린이들의 고통을 생각함으로써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자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평안하게 아기 침대에 누워있지 못한 어린이들이 있다"며 "이들은 존엄을 해치는 지저분한 구유에서 아기 예수와 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아기 예수상을 안은 교황이 미사를 마치는 모습.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해 첫 성탄 메시지는 고통받는 어린이를 향한 관심이었다.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 강론에서 이 시대 어린이들의 고통을 생각함으로써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자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평안하게 아기 침대에 누워있지 못한 어린이들이 있다"며 "이들은 존엄을 해치는 지저분한 구유에서 아기 예수와 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어린이들은 폭격을 피하기 위해 지하에 있고 대도시의 길바닥 위에도 있으며 이민자들을 가득 태운 선박 밑바닥에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내전과 극단주의 세력의 잔혹 행위에 시달리는 어린이, 도시 빈민가의 소외된 어린이, 난민 신세가 된 어린이를 거론한 것이다.

올해 유럽에 오기 위해 난민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가 익사한 이는 5천 명을 돌파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올해 9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2011년 3월 시작된 이후 누적 사망자는 30만1천여 명에 달했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민간인이 8만6천692명이었고 그 가운데 어린이가 1만5천여 명에 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을 진정으로 축하하기 위해 묵상해야 할 표징이 있다"며 "갓 태어난 아기의 연약한 소박함, 그가 누운 곳의 온유함, 강보의 따스한 보살핌, 거기에 하느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은 궁전이 아닌 마구간, 웅장하고 화려한 삶이 아닌 소박한 삶에 나타난다"며 "하느님을 찾으려면 그런 곳으로 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기 예수의 의미를 둘러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석은 현실 진단과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교황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삶이 버려진 만큼 크리스마스는 그 안에 슬픔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며 "요셉과 마리아가 방이 없어 배척당하고 예수를 마구간에 눕혔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에도 성탄이 예수가 아닌 우리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는 축제가 될 때, 상혼의 빛이 하느님의 빛을 가릴 때, 소외된 이들에게 냉담한 채 성탄 선물에 신경을 쓸 때 똑같은 무관심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은 교황의 이 같은 지적을 크리스마스가 상업주의에 찌들어 본래의 뜻을 잃어버렸다는 물신주의 비판으로 해석했다.

이날 성탄 전야 미사에는 신자 1만여 명이 참례했다. 이번 강론은 올해 성탄과 관련한 교황의 첫 메시지이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