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두 손으로 부욱 찢어서 묵는 짐장뱁추짐치 잎사구 맛

상희구(1942~ )

묻어논 짐장독 하나를 새로 헐었다고

동네 아낙, 대여섯이 대청마리 양지 쪼오에

오복히 모있다

모락모락 짐이 나는 방굼 해낸

따신 보리밥이 한 양푸이

허슬허슬한 보리밥을

누리끼리한 놋숟깔에다가

북태산겉치 퍼담고는

온통 군둥내가 등청을 하는

질쭉한 묵은 짐장뱁추짐치 한 잎사구를

두 손으로 부욱 찢어서

똥구락키 따배이로 틀어

보리밥우에다가 얹고는

뽈때기가 오볼티이겉치

미어터지두룩 아죽아죽 씹는데

그 맛이랑 기이

얼매나 기가 차던지

내사마 이때 망쿰은

사우가 꽃가매로

태야준다 캐도 싫더라

시집 『노곡동 징검다리』 오성문화 2014

*북태산: 北泰山. 중국의 높은 산.

*따배이: 여인들이 물동이 같은 것을 머리에 일 때 머리가 짓눌리지 않게 머리와 물동이 사이에 짚 같은 것을 동그랗게 엮어 끼워넣었다.

옛날에는 점심나절이면 갖은 핑계를 갖다대어 이웃끼리 점심밥을 나누어 먹곤 했다. 김장 담그는 날, 된장'간장 담그는 날, 김장독 허는 날, 상추나 미나리 첫 수확하는 날, 친정이나 시댁에서 특별한 먹거리를 가져온 날, 메주 끓이는 날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인데 참 아름다운 우리들만의 미풍양속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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