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에서 탐구 학습의 형태로 문법 수업을 하다 보면 1988년 제정된 현재의 어문 규정에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잇소리에 관한 규정이다. 사잇소리 현상은 합성명사를 만들 때 경음화 현상이 일어나거나 'ㄴ'이 첨가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합성명사를 만들 때 항상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논밭, 손발'과 같이 두 단어가 대등한 관계이거나 '나무젓가락, 전기밥솥'과 같이 앞의 말이 뒤에 오는 말의 재료나 수단일 때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같은 음운 환경임에도 '논배미(논빼미), 손바닥(손빠닥), 나뭇재(나무째), 전깃줄(전기쭐)'에서는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예들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법칙성을 따지기는 힘들지만 모국어 화자들은 법칙을 몰라도 발음은 제대로 한다.
그런데 현재 어문 규정에는 이 부분에 대한 진술이 좀 애매하다. 한글맞춤법 제30항에는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라고 하여 합성어에서 경음화나 'ㄴ' 첨가 현상을 이야기한다. 이 표현대로라면 'ㅅ'의 정체는 소리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단순 표기일 뿐이다. 그리고 표준발음법 제30항에는 '사이시옷이 붙은 단어는 다음과 같이 발음한다.'라고 하여 'ㅅ'이 소리를 표기한 것이 아니라 단순 표기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받침의 'ㅅ'이 사이시옷인지 아닌지를 모르면 발음도 제대로 못 한다.) '촛불'을 표기 그대로 읽으면 음절의 끝소리 규칙에 의해 '촏불'이 되고, ㄷ 뒤에서 경음화 현상이 일어나 '촏뿔'로 발음하게 된다. '촛농'의 경우 '촏농'이 된 뒤 비음화(예전에는 자음동화, 자음접변이라고 배웠던 것이다.)되면서 '촌농'이 된다. 어렵게 설명할 것 없이 'ㅅ'이 첨가된 것으로 보면 표준발음법 제30항은 굳이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표준발음법에서는 '초뿔'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촏뿔'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ㅅ'의 정체는 중세 국어의 관형격 조사 'ㅅ'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현재는 '나무의'라고 쓰지만 중세에는 '나못(나모+ㅅ)'으로 썼었다. 사잇소리 현상의 근원을 이 'ㅅ'으로 본다면 대등한 관계일 때는 사잇소리가 나타나지 않는 원인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받침에 사용하는 'ㅅ'은 현재와 성격이 다르다. 중세의 'ㅅ'은 현재와 달리 뒤의 자음에 이어지면서 된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 한 예로 현대어 '어찌'는 중세에 '엇디>어ᄯᅵ'와 같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니까 '촛불'은 '초ᄲᅮᆯ>초뿔'과 같은 변화를 겪었으므로 [초뿔]로 읽는 것을 원칙으로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발음 하나 하려고 중세 국어까지 알라고 하는 것보다 좀 더 쉽고 현실에 맞게 규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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