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충진 독도 상주기자, 다시 독도에 서다

(상)새들도, 꽃도 보이지 않는구나

2018년 9월, 독도 상주기자 파견 10주년을 맞아 전 매일신문 전충진 기자가 10년 만에 다시 독도를 찾았다.
2018년 9월, 독도 상주기자 파견 10주년을 맞아 전 매일신문 전충진 기자가 10년 만에 다시 독도를 찾았다.

2008년 9월 5일, 매일신문은 독도에 상주기자를 파견했다. 대한민국 언론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독도에 파견된 전충진 기자는 현지에서 독도의 생생한 소식과 함께 매주 2회 독도의 인문·자연환경에 관한 기사를 총 83회에 걸쳐 연재했다.

그리고 2018년 9월 3일. 독도 상주기자 파견 10년을 맞아 다시 독도를 찾았다. 이번에도 전충진 전 독도 상주기자(경북도 독도홍보팀장)가 독도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지난 10년간의 흔적을 총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섬과 바다는 여상(如常·평소와 다름이 없음)했다. 섬은 언제나 그렇듯 적막하게 그곳에 있었고, 바다는 쉼 없이 흰 이빨을 드러내며 섬을 향해 도발하고 있었다.

꼭 10년 만이다. 다시 독도에 섰다.

어인 일인가. 비 탓인가? 그렇게 많던 새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리고, 그 흔하던 섬참새 조차 한 마리 볼 수가 없다. 10년 전 그 해도 그랬듯이, 올해 독도도 지독히 가물었던가 보다. 지금쯤이면 해국이 봉오리를 틔우기 시작하고, 술패랭이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인데도 꽃은 보이지 않는다.

왠지 모를 삭막함에 이곳이 내가 1년을 살았던 곳인가 싶다. 나이 든 사람들이 '애써 첫사랑을 찾지 마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이 폭한 것들의 낯섦이라니….

이렇듯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나보다. 하늘의 해가 뜨고 지듯 매일의 일상이 늘 그대로인 듯 하나 땅 위의 것들은 부단히 제 모습을 바꾸고 있었음을 독도에 들어 비로소 알겠다. 지난 1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들여다보는 독도도 많은 것이 변했다.

독도를 들어서며 만나는 자연,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야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기어오르는 파도를 묵묵히 받아내고 있지만, 정겹던 인연들은 모두 흩어지고 갈렸다.

접안장에 내리면 늘 마도로스 모자를 삐뚜름하게 눌러쓰고 천진한 웃음으로 맞아 주던 김성도 독도리 이장님, 언제나 슈트 차림에 수경을 대머리에 걸치고 다니던 '독도 현대사' 추호 경비대 통신반장도 한 시절 그림자로 떠오를 뿐이다.

김성도 이장님은 지난여름 독도에 머물면서 더러 '독도사랑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뭍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특히 독도리의 사모님 김신열 여사가 몇 해 전 크게 앓아 독도생활이 힘들어 딸이 들어와 김 이장님 조석을 챙겼다는 것이다.

변한 것들은 사람뿐만 아니다. 인공의 것들 중에도 생경스러운 모습이 더러 눈에 띤다.

10년 전과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서도 주민숙소다. 지금으로써는 주민숙소의 형체를 알 수 없다. 1997년 처음 어업인숙소로 지어진 건물은 2011년 리모델링한 뒤 주민숙소로 개칭했다가 그것을 올 8월부터 뜯고 다시 전면 증·개축에 들어갔다. 때문에 지금 서도 주민숙소는 뼈대만 남기고 헐어내 김 이장도 철수하고 공사 기술자와 관리자만 컨테이너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금의 동도 독도경비대와 등대건물 주위도 낯설긴 마찬가지이다. 경비대는 내부를 뜯어내고 개수 중이며 계단도 난간 공사를 시작해 어수선하기만 하다.

10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풍경은 망양정의 국기게양대. 당시 국기게양대는 등대건물 앞 통신탑 부근에 한 곳뿐이었지만 지금은 망양정 앞에도 대형 국기 게양대를 세워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또 하나 눈에 확 띄도록 정비된 것은 독도순직경찰 위령비이다. 1954년 순직한 허학도 경사를 비롯한 6기의 비석과 2009년 순직한 이상기 경사의 안내판을 새롭게 정비해 이들의 고귀한 희생에 그나마 격을 갖추었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을 생각하면 부모 떠나버린 친정에 온 듯하다. 변하지 않듯이 변한 것이 이와 같다.

전충진(경북도 독도홍보팀장·전 매일신문 독도 상주기자)

2008년 9월,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독도에 파견된 독도 상주기자가 쓴 첫 기사가 1면에 실렸다. 매일신문 DB
2008년 9월,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독도에 파견된 독도 상주기자가 쓴 첫 기사가 1면에 실렸다.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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