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정으로 번지는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한유총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

"시정 이행하면 공시 제외" 비리 정보 공시 예외 교육부 지침도 문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국에서 연합회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국에서 연합회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사립 유치원들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17일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대한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국가와 자치단체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문제가 있는 유치원 명단은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과 국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유치원들은 '엉뚱한 피해를 입는 유치원이 생길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비춰져 타격이 크다는 이유다.

◆ "명단 공개" vs "안된다" 정면대결 양상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면서도 "사립 유치원에 맞지 않는 회계'감사기준 탓에 비리라는 오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또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언론사(MBC)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과 정정·반론보도도 청구할 예정으로 관련 법리 검토를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실명 공개 여부는 18일 확정된다. 당국은 다음주 사립 유치원 비리근절 종합대책도 내 놓을 예정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유치원 비리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소송으로 무마해 보려는 한유총의 태도는 누가 봐도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와 관련, 법조계는 '무차별적인 공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공개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대구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자를 제외하고는 신상 공개가 제한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유치원 명단 공개 문제가 만약 재판으로 간다면 법원은 비리 유치원의 명단을 공개를 하는 것이 공익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변호사는 "예산 유용 등 개별 유치원의 위반'비리 행위를 특정해 공개하는 것이 옳다. 마녀사냥 식으로 일괄 공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비리 정보 공개 예외 조항, 교육부 지침도 문제

유치원 명단 공개 논란은 비리 정보에 대한 공시 의무 예외를 만들어준 교육부 지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시'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교육청 감사를 통해 유치원이 징계받은 내역이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에 공개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공개가 안되는 이유에 대해 "시·도 교육청이 적발한 유치원의 법 위반 내역은 공시 대상이라고 현행법에 돼 있는데, 교육부 장관이 만든 하위 규정인 유치원 정보공시 지침에는 이 법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만든 '유치원 정보공시 매뉴얼 및 지침서'에는 '(교육청이) 시정·변경 명령을 1회 요구한 후 (유치원이) 즉시 이행한 경우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라고 돼 있다.

원장이 7억원을 횡령해 명품 가방과 성인용품 등을 사는 데 쓴 경기도 한 유치원도 알리미 사이트의 '위반내용' 부분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박 의원은 또 "교육부의 공시 지침도 문제지만, 있는 지침도 안 지킨다"고 지적했다. 구미의 한 유치원은 2016년 6월 방과후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를 참여했다고 속여 정부 지원금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같은 수법으로 돈을 타냈다가 적발됐다. 시정 명령을 받고도 다시 법을 위반한 것이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징계 사실을 공시를 해야 하지만 이 유치원은 그러지 않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