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새해 소원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아들이 독일에서 학교 다닐 때 느닷없이 "제 친구 마틴의 새해 소원은 부모님이 결혼하는 거래요"라고 말했다. 이건 무슨 소리? 당시 마틴은 고1이었고, 그의 여동생도 있는데 부모님 결혼이라니? 그의 부모는 호적등기소에 가서 서명만 하면 법적 부부가 되는데 굳이 마다하고 십수 년간 동거를 택했다. 그런 관계가 아들과 딸이 보기에도 안 좋았나 보다. 그래서 새해 소원이 부모님 결혼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의 덕담도 "마틴, 올해는 너의 부모님이 꼭 결혼하기를 바라!"로 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선물이란 원래 그냥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유를 대지 않고 그냥 받는 것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받는 축복이다. 받아서 즐거운 것이다. 때로는 어떤 선물은 반기지 않아도 거절 못하고 받아야만 할 때도 있다. 살아 있는 것이 고통일 때 다가오는 시간이란 축복이라기보다 공포이다.

인간은 태양과 달의 공전주기에 맞추어 시간의 매듭을 만들었다. 그래야 시간을 마디마다 볼 수 있고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는 것은 마음의 눈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의 흐름이 영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 시간이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은 그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새롭게 하려면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한다. 영혼을 새롭게 하자.

우리에게 2019년이라는 선물은 우리 인생과 역사를 새롭게 하기 위한 기회다. 우리가 지난해와는 다른 영혼으로 새해를 살아간다면 정말 새로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새해에는 저마다 마음을 새롭게, 관계를 새롭게, 결심을 새롭게 한다.

올해는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원래 시간이 돼지와 무슨 상관인가? 물리학적 시간으로는 새해도 황금돼지해도 없다. 더구나 황금돼지가 금은방 외에 어디 있는가? 조상들이 내면의 질서를 시간에 투영한 것이다. 황금은 좋은 것의 상징이다. 그래서 '황금빛' 미래라는 말도 있다. 조상들의 지혜처럼 올해는 황금빛 한 해를 꿈꾸자.

한 사람은 코가 1밀리미터만 작았으면, 다른 사람은 1밀리미터만 높았으면 하고 소원을 빈다. 대부분 키가 크기를 바라지만, 키가 그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수험생이 소위 SKY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모든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인가? 인류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각자의 소원을 하나님은 어떻게 응답하실까? 그러나 우리는 염려할 것 없다. 걱정은 하나님이 하실 일이다. 나는 하나님이 좀 힘드시더라도 여러분의 모든 소원을 이루어 주시길 빈다.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이 육체의 질병에서, 마음의 상처에서, 사회적 불의에서 놓임받기를 바란다. 재정적 어려움에서, 상황의 고통에서, 관계의 피곤함에서 자유롭게 되기를 바란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소원을 많이 빌지만, 사랑의 가치를 넘을 수는 없다. 새해는 새로워진 영혼으로 새 꿈을 꾸고, 사랑의 새 노래를 부르자. 한 해 내내 소원을 놓지 마시기 바란다. 희망은 인생의 등대이고, 소원은 인생 마차를 끄는 말이다. 소원이 살아 있는 한 항상 새해다. 소원을 붙들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새해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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