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재미도 없고 균형감도 상실
국민 눈높이 벗어난 '국민 방송'
30~59세 시청률 1.1%에 불과해
정작 경영진은 "갈 때까지 가 보자"
"방송이 이게 뭡니까. KBS 안 봅니다."
요즘 'KBS 이사' 직함이 찍힌 명함을 건넬 때 당혹스러운 일이 잦아졌다. 명색이 국민의 방송인데, 국민들로부터 원망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BS를 변화시켜 보겠다는 순수한 열정을 갖고 이사직을 시작한 지 4개월. KBS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라앉고 있었지만, 그 4개월 동안도 더욱더 가라앉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 12월 2019년 KBS 예산을 심의하면서 KBS 경영진의 미래 비전 부재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혼자만이 아니다. 11명의 이사진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KBS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필자처럼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를 맡고 있는 3명은 '온몸으로' 걱정하고 있고, 나머지 더불어민주당 추천의 다수 이사들은 '남몰래' 걱정하고 있다는 차이라고 생각한다.
4개월간 겪은 KBS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표현하라면, 안으로는 무사안일, 밖으로는 마이동풍이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배가 가라앉고 있다고 말해도, 선실에 남아 있으라고 방송했던 세월호 선장을 떠올리게 한다. 먹통이다.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강의 도중 KBS 방송을 보느냐는 질문에 70여 명의 학생 중 어느 누구도 '예'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안 본다는 것이다. 왜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재미없어요."
한국갤럽은 매달 한국인이 좋아하는 상위 20개 TV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있다. KBS1 TV에서는 일일연속극 하나만 포함될 뿐이다. 국민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은 없는 것이다. KBS1 TV는 국민의 돈을 직접 받는 유일한 방송이지만, 국민의 시야로부터 사라져 가고 있다. 배신이다.
KBS는 지난 11월 6개의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는 1~3%에서 바닥을 치고 있다. 없는 돈에 약 300억원의 제작비를 추가 투입했는데도 약발이 안 먹힌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무능이다.
공영방송이니 재미없어도 된다고? 편파 논란까지 휩싸여 있다. 공영방송의 존재 기반인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정은 찬양을 쏟아내는 '오늘밤 김제동'을 보는 불편한 심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새해 첫 방송을 했던 1월 2일을 기준으로 핵심 시청층인 3059(30대에서 60세 미만) 국민의 시청률이 1.1%에 불과하다. 또 프로그램의 타깃 대상인 20~40대 시청률은 0.6%다.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골고루 보지 않는다.
5개월째 그러고 있는데도 정작 KBS 경영진은 갈 때까지 가 보자고 말한다. 갈 때라는 게 가라앉을 때를 의미하는 걸까. 시청자를 볼모로 한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다. 그 방송은 워낙 문재인 대통령의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해서 어느 언론으로부터 '오늘밤 청와대'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KBS 방송은 재미도 없고 싸가지(균형감 상실)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불편하다.
공영방송 전문가인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신문과 달리 공영방송은 방송사 또는 방송사 조직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장이 아니라 사주인 '시민 전체'의 의견을 대변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공영방송론」 300쪽) 그런데도 KBS 기득권 세력들은 김제동 방송을 비판하는 시민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화를 내고 있다. 이사회 내부 논의도 반대했다. 누구를 위한 표현의 자유일까.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김제동 방송을 보지 않거나 불편해하는 국민 95% 이상을 KBS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다. 장외투쟁으로 떠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일탈한 방송은 국민의 방송일 수 없다. 방송을 싸가지 없이 만드는 말 못 할 정치적 이유가 있는 건지, 대학생들 눈에 비친 대로 아예 '노잼' DNA를 갖고 있는 건지, 누가 나서서 죄송하다는 얘기라도 해줬으면….
국민 없는 국민방송. 국민은 지금 밑 빠진 독에 시청료라는 물을 갖다 붓고 있다. 야권 이사로서 저는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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