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양이 장수시키고 싶니? 비결은 양치질…"단계적으로 적응시켜 습관들이자"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 양치 습관 들이기

고양이 양치 습관 들이기.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가아제로 이 닦이기→면봉 끝에 가아제로 이닦이기→ 실리콘 칫솔로 이 닦이기→ 고양이 칫솔로 이 닦이기 순이다.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 양치 습관 들이기.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가아제로 이 닦이기→면봉 끝에 가아제로 이닦이기→ 실리콘 칫솔로 이 닦이기→ 고양이 칫솔로 이 닦이기 순이다.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미국 동물병원 협회에 따르면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고양이의 80% 이상이 구강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고양이 구강 질환은 만성 잇몸구내염(FCGS·잇몸과 구강 점막의 만성 염증과 궤양), 치아흡수성병변(FORL·치아의 표면층 소실 후 치아가 자가면역반응으로 급속히 녹아내리는 질환)이 있는데 둘 다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수술이 반복되어야 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국내도 상당수의 고양이가 구강질환을 앓고 있으며, 특히 길고양이는 만성 잇몸병과 치주질환의 발병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고양이 치아 구강질환이 흔히 발생하는 이유는 육식동물인 고양이가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사료와 사람이 남긴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치아 주변에 치태(plague)가 형성되면 세균 증식이 용이해져 치아 주변의 잇몸 세포와의 면역학적 염증 반응이 격렬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치태를 깨끗이 양치해주는 것이 구강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하며 일주일 3회 이상 양치를 권장한다.

고양이 구강 관리는 가족들의 위생을 위해서도 꼭 이뤄져야 하며 양치 관리는 어릴 적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고양이 양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고양이 양치 습관들이기

▷준비물: 고양이용 치약. 고양이용 칫솔, 버터, 기호성 높은 오일, 가아제, 화장솜, 유아용 실리콘 칫솔 등

1단계. 몸과 얼굴을 쓰다듬는 과정에서 손가락으로 입안과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

2단계. 손가락 끝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버터, 통조림 기름 등을 소량 묻혀 놀이 과정으로 적응시키기

3단계. 고양이용 치약을 손가락에 소량 묻혀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고양이용 치약은 먹어도 건강에 해가 없으며 대부분의 고양이가 핥아 먹는다)

4단계. 면봉 끝에 가아제 또는 화장솜을 작게 감아서 고양이용 치약을 묻힌 후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

5단계. 치약을 묻힌 칫솔, 가아제, 화장솜 등으로 양치 습관 들이기

중요한 것은 식사 시간과 상관없이 일주일 3회 이상 양치하는 습관을 유지하는 점이다.

고양이 양치는 칫솔, 유아용 실리콘 칫솔, 가아제, 화장솜을 등을 이용하여 송곳니, 어금니, 앞니 순으로 치아의 바깥면을 닦아준다. 고양이 양치는 입을 벌릴 필요가 없다. 고양이는 혀를 이용해 치아의 내측면을 충분히 관리한다.

양치 전 간식을 주는 것보다는 양치 후 칭찬과 즐거운 놀이 운동을 통해 양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 형성에 도움 된다.

그러나 생후 6개월 전후 이갈이 시기에 출혈이 있거나 통증이 있을 때는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는다. 또 고양이 잇몸이 광범위하게 부어있거나, 출혈이 보일 경우 수의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치아 표면에 노란 치석이 있거나, 심한 통증을 보이거나, 식사를 거부하고 침을 흘리는 경우, 혈관이 치아를 감싸는 상황은 이미 구강질환이 심각해진 상황이므로 치료해야 한다.

경계심이 높은 고양이는 양치를 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단계별로 1주일 이상 천천히 적응시키려 노력하여야 한다. 일단 고양이의 신뢰를 얻게 되면 양치 과정은 매우 협조적이다.

고양이 양치에 대한 필요성과 집사님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치가 불가능한 고양이들이 있다. 이미 구강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트라우마가 되어 보호자의 손길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이 경우는 3개월 간격으로 수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하며 수의사는 필요하면 스케일링 등의 치료와 약물을 처방하게 된다.

고양이 구강질환 예방은 고양이의 장수를 위해서도 필수이며, 가족들의 위생 건강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방이 되지 못하고 구강질환이 만성화될 경우 고양이는 평생 고통받으며 치료받아야 하고 보호자의 심적·경제적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해진다.

어릴 적부터의 양치 습관은 고양이와 집사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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