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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유스티치아와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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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편집국부국장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 유스티치아(Justitia). 정의의 여신이다. 정의를 뜻하는 Justice도 여기서 나왔다.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안대로 눈을 가리거나 눈을 감고 양손에 칼과 저울을 들고 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관의 배제와 함께 엄정함과 형평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대와 칼, 저울이 각각 이를 표상한다. 바로 법원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지 않은 채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판결을 지켜본 국민들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보복'이니 '정권에 대한 도전'이니 하면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정면 겨냥하고, 다른 쪽에서는 삼권분립이 확립된 우리나라에서 사법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는 1심 무죄 선고 이후 약 6개월 만인 지난 1일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고 구속됐다. 형량의 차이가 아니라 무죄가 유죄로 바뀐 것이다. 그사이 새로운 증거나 증인이 추가됐거나, 기존 증거가 효력을 잃었다는 등의 변화를 판결 내용에서 찾아볼 수 없다.

유무죄의 판결에는 '피해자 진술'을 대하는 두 재판부의 상반된 시각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판사의 판결이 주관을 배제한 채 법전과 저울로 이뤄지지 않고 '시각'에 의존해 들쭉날쭉하다면 그 결과를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안 전 지사 구속 이틀 전 이뤄진 김 지사에 대한 판결도 형평성 차원에서 합리적 의심을 사고 있다.

같은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지만 구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지사는 실형 선고와 함께 곧바로 법정 구속했다. 홍 전 대표의 불구속 사유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홍 전 대표와 달리 김 지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현저하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가 기존에 정한 김 지사의 1심 선고 날짜를 취소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적부심 이후로 다시 정한 점도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 법조계나 일반 국민이 아니라 청와대와 여권이 이번 판결을 두고 사법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

어떤 판사도 전지전능하거나 지고지순할 수 없기에 1심에 이어 2심, 3심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장치다.

그럼에도 이번 두 전현 도지사에 대한 판결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그동안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휘둘리면서 국민적 불신이 누적된 결과물로, 이번 기회에 뼈를 깎는 성찰이 뒤따라야겠다.

정치권도 사법부 판결을 삼권분립의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고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국민적 비판에서 비껴갈 수 없다.

사법부가 향후 안 전 지사의 3심과 김 지사의 2심 판결을 앞두고 정치적 판단과 권력의 향배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법전과 저울에만 기초해 판결을 하는지 국민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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