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7) 씨는 최근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 VR기기를 샀다. 퇴근 뒤 안방에서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를 쓰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안방에는 어느새 대형 영화관 스크린이 들어서고, 리모컨을 통해 VR 콘텐츠를 재생하면 시선을 돌리는 방향에 따라 가상현실 화면이 눈앞에 다가온다. 김 씨는 "스스로 콘텐츠 속 세상의 일부가 된 듯한 깊은 몰입감을 체험할 수 있다. 출시 초기엔 비싼 가격에 비해 기기 성능이나 즐길 콘텐츠가 부족했지만 요즘은 가성비도 좋아졌고 콘텐츠도 풍성해 구매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용화 만 3년을 앞둔 VR 기기의 대중화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HMD의 하드웨어 성능이 해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는데다 5G 기술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가상현실이 우리 집에 들어오기까지
VR HMD의 개념은 1968년 미국 하버드대 아이번 서덜랜드 교수가 최초로 고안했다.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이 상용화된 건 그로부터 50년 가까이가 지난 2016년 3월. 비약적으로 발전한 컴퓨터 및 디스플레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의 탄생과 함께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게임용 VR HMD의 신호탄이었다. 사용자의 머리 회전 방향과 각도를 인식해 해당 방향의 화면을 보여준다. 눈과 수 센티미터 떨어진 곳의 화면을 마주하지만 삽입된 렌즈가 초점을 맞춰줘 사용에 지장이 없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2012년 8월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초기 버전을 선보이며 한 달 만에 24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내며 같은 이름의 벤처회사로 시작했다. 2014년 3월에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리프트가 게임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속에서 원격 학습이나 진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만큼 시장은 쑥쑥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장 많이 팔린 VR HMD는 소니의 'PSVR'로 130만대가 팔렸고, '오큘러스 Go'가 110만대, 삼성 '기어VR'이 60만대, HTC '바이브'가 20만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주요 제조사 제품만 320만대였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가격대별 제품은? 지금 사도 쓸만할까?
주요 제조사들의 주력제품은 대체로 60~8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비교적 높은 사양의 게임까지 즐길 수 있어 깊은 몰입이 가능하지만 높은 사양의 PC와 연결해서 써야 하므로 추가 지출이 필요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오큘러스 고(Oculus Go) 같은 보급형 제품도 있다. 내부저장 용량이 32GB인 모델은 국내 출시가 23만8천원으로 부담이 적다. 기기 성능이 높지 않아서 게임처럼 높은 사양이 필요한 콘텐츠를 즐기기엔 무리가 있지만 영상 감상 등 가벼운 콘텐츠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콘솔이나 PC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착용 후 움직임이 자유롭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저가형 VR 체험의 극한은 구글의 '카드보드'다. 골판지 상자로 만드는 DIY형 VR HMD다. 도면이 공개돼 있어 직접 골판지를 잘라 만들 수도 있고 다이소 등 소매점이나 온라인에서 살 수도 있다. 다만 플라스틱 프레임을 골판지 상자로 대체한 것일 뿐 디스플레이 기능은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넣어야 HMD로서 기능할 수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한계도 있다. 우선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넓은 각도를 촬영하는 VR 영상의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360도 방향에서 촬영된 영상을 기기가 120도 시야각으로 보여준다면 체감 화질이 3분의 1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기 자체의 해상도 역시 한쪽 눈에 가로 세로 각 1천 픽셀 내외의 제품이 대부분이다. 눈 바로 앞에 디스플레이가 있는 탓에 작은 점들로 구분돼 보여 몰입감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착용하는 동안 밴드가 머리를 조이는 형식이라 장시간 착용 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착용 후 금세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5G 만나면 즐길 거리 훨씬 늘 것
올해는 '오큘러스 퀘스트'의 출시가 관심을 끈다. 기존 '오큘러스 고'의 선이 없는 편리함에 그래픽 성능을 더 높여 출시된다. 또 고개를 돌리는 각도뿐만 아니라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사용자의 위치까지 인식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엿보인다.
5G 기술과 만나 발전할 가능성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4K VR 콘텐츠의 경우 용량이 커서 몇 분짜리 짧은 영상도 기가바이트(GB) 단위가 되기 때문에 PC나 VR기기에 저장하기 부담스럽다. 유튜브처럼 온라인 상 영상을 바로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기존 LTE보다 월등히 다운로드 속도가 빠른 5G 통신이 상용화된다면 4K VR 콘텐츠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동통신사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월 5G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VR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VR 기기를 통해 최근 5G 광고에 등장한 '태양의 서커스' 등 VR용 공연 콘텐츠 등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SKT와 KT도 게임개발사와 손잡고 VR 게임 출시에 나서거나 교육 분야에 진출하는 등 관련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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