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월(64) ㈜다담 대표는 대구 여성 경제계의 맏언니 격이다. 1981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4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어 온 제조업계 베테랑이기도 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제지회사에서 근무하다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를 차렸을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에 불과했다. 미혼인데다 경영 경험도 없었던 이 대표는 소규모 업체에서 시작해 회사를 직원 50명 규모로 키워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에 여성 CEO로서 겪은 불이익이 적잖았다고 회고했다. 술자리 문화가 만연했던 터라 판로 확보도 쉽지 않았고, 직원들조차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대표의 말을 흘려듣기 일쑤였다. 창업 뒤 결혼하며 생긴 육아 부담도 큰 걸림돌이었다.
그는 "처음 몇 년 동안은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영업을 하는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제한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자녀들을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정말 일만 열심히 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련이 있었지만 40년 가까이 기업을 키워온 데 대해 지금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영능력 이외에도 여성 CEO가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하다며 사내 복지를 예로 들었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이 자유로운 다담은 현재 여직원 중도퇴사율 0%를 자랑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출산 뒤 퇴직을 강요당하거나 회사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여성 직장인이 적잖은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입사 10주년을 맞은 직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금 10냥을 선물하는 등 세심한 이벤트도 여성 CEO가 갖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작년에 10년 넘게 근무하던 한 직원이 둘째 아이를 갖게 됐다며 사표를 낸 적이 있다. 결혼 뒤 출산휴가에 육아 휴직으로 몇 년을 쉬었는데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또 휴직하려니 미안했던 모양"이라며 "애를 둘이나 키우려면 오히려 돈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자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육아 문제로 경력이 단절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는 지역의 후배 여성 경제인들의 앞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영에 바쁜 와중에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중소기업융합대구경북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여성 경제인들이 웬만하면 다 후배들이다. 성별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선배로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상대적으로 영세업체가 많은 여성 CEO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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