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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진의 분필과 지우개]우리는 왜, 어떻게 수업을 바꾸고 있는가?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대학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웠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지적 성장을 이루었는지 평가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학생부를 잘 적어줘야 공교육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 적을 거리가 풍부해야 각 학생의 장래 진로, 진학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추출해서 맞춤형 기재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지어낸다거나 다른 학생이 해놓은 것을 그대로 베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사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지식, 기능,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려는 수업의 도달점이 성취기준이다. 예전에는 주로 교과별 교육과정이 지식만으로 진술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지식, 기능, 태도가 함께 어우러져 진술되어 있다. 따라서 교사의 수업설계도에는 학생으로 하여금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지, 그리고 학생을 어떤 대목에서 어떻게 수업에 참여시킬 것인지 나타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 도중에 교사의 안내에 따라 개념과 현상에 대해 느끼고 깨우친 바를 표현하게 하는 등 과정형 평가를 할 것인지, 수업이 끝난 후에 필답고사를 통해 지식을 평가할 것인지 나타나 있다. 즉 수업 준비-과정-평가-기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 학생이 어떤 현상이나 원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생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학생의 사고와 이해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교사는 성취기준에 입각해 학생 활동을 소신껏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전 과목에 걸쳐 한 학기 또는 연간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의 수업이 의심스러우면 학교에 와서 수업을 관찰하면 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교사의 수업 설계, 학생의 참여도와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확률과 통계] '작은 수학 도서관'에서 실시한 "이항분포 체험기", 수학 실험을 직접 체험하여 구슬이 이루는 모양을 확인해봄으로써 파스칼의 삼각형, 독립시행의 확률, 이항분포의 확률질량함수 사이의 관계 등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함.

[법과 정치] 범죄의 성립 요건 중 '책임'과 관련된 형법 제10조 ②항(심신미약), 소년법 제4조 ②항(촉법소년)에 대한 보고서에서 현행법 조항의 수정 입장을 적절한 사례와 대안을 제시하여 논리적으로 주장함.

교사는 학생이 내면에서 꿈틀대는 불완전한 지식, 개념, 원리를 끄집어내어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함으로써 더 확연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도와주는 노력을 하는 전문가이다. 이 과정을 존중해주면 교실수업은 빠른 속도로 바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을 학생 활동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학부모와 시민들이 이해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대입 공정성은 그 이후에 걱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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