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2) 전 이탈리아 총리(사진)의 미성년자 성 추문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의문의 죽음을 맞은 이마네 파딜(사진)의 혈액에서 중금속이 다량으로 검출, 독살 가능성이 제기됐다. 19일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모로코 태생의 여성 모델 이마네 파딜의 혈액 분석 결과 카드뮴과 안티몬의 혈중 농도가 기준치보다 3~7배나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라노 검찰청의 프란체스코 그레코 검사는 또한 앞서 보도된 것처럼 파딜의 사체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도 검출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파딜이 희귀병으로 숨졌거나, 독살을 당했을 가능성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며칠 내에 최종 부검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딜은 지난 1월 29일 원인 미상의 복통을 호소해 밀라노 북부의 한 병원에 입원한 후, 지난 2월 12일에야 독극물에 중독된 것 같다는 두려움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그 후 1개월 간의 투병 끝에 33세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파딜은 생전에 가족과 변호인들에게 독살 위험에 대한 공포를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딜은 2010년 밀라노 인근 도시 아르코레에 위치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별장에서 열린 일명 '붕가붕가' 파티의 충격적 실태를 2012년 법정에서 증언해 현지 주요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그는 "수녀 복장을 한 젊은 여성 2명이 당시 총리이던 베를루스코니 앞에서 스트립 쇼를 했고,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불쾌해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나에게도 현금 2천 유로(약 260만원)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당시 파티에서 미성년자이던 모로코 출신의 무희 카루마 엘 마흐루그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2015년 증거 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이 재판의 핵심 증인들에게 침묵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준 혐의에 대해 현재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루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엘 마흐루그를 비롯한 당시 재판의 증인들에게 현금과 보석, 부동산 등의 형태로 1천만 유로(약 124억원) 상당의 금품을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한 파딜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증인 매수 관련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성 추문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후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상원의원직마저 박탈당해 정계 일선에서 물러났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가 작년 3월 총선에서 저조한 득표율에 그치는 등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며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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