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처님의 마음으로…17년째 노숙자에 점심 공양

관음사 부설 무료급식소 '불자의집' 매주 3회 급식

조계종 관음사는 무료급식소
조계종 관음사는 무료급식소 '불자의집' 을 운영하고 있다. 주지 원명 스님(앞줄 가운데)과 자원봉사자들이 급식 후 기념촬영했다. 김동석 기자

'자연에 감사하고 고마워할 때 우리는 영원히 평안하리.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있습니다. 정성으로 마련한 이 음식으로 주림을 달래고 바른 마음으로 바른 생활을 하여 인류를 위하여 봉사하겠습니다.'

대구 중구 삼덕동에 위치한 조계종 관음사 부설 무료급식소 '불자의집' 배식구 위에 걸려 있는 공양게 문구다. 노숙인들이 밥 한 끼를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바른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불자의집은 2002년 노숙인들에 무료급식을 위해 설립했다. 매주 목, 금, 토 3일간 급식을 하고 있다. 불자의집은 매회 노숙자, 홀몸노인 등 200여 명에게 점심 공양을 하고 있다. 음식은 1식 3찬이 기본이고 소고기국, 삼계탕, 오뎅탕, 제육볶음 등이 주메뉴로 제공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 크리스마스, 명절에는 특식을 제공하고 작은 선물 꾸러미도 주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들이 거리로 내쫓겨 노숙자가 넘쳐났어요. 배고파하는 이들에게 점심 한 끼라도 제공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자는 목적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게 됐지요."

급식봉사에는 15개 봉사단체들이 동참하고 있다. 사찰 봉사회, 신행단체, 새마을부녀회, 자유총연맹 등 각계에서 함께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급식날 오전 10시에 식재료를 갖고 나와 밥을 짓고 조리를 해서 오전 11시 30분 배식을 한다. 배식이 끝나면 설거지, 식당 청소까지 깔끔하게 뒷정리 하고 식사를 한다. 매회 급식봉사에는 자원봉사자 10~15명이 참여한다.

불자의집은 정부 지원금 없이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도회 및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에서 내놓는 작은 후원금(5천~1만원)으로 꾸려가고 있다. 또 단체, 기업, 개인이 기부하는 물품이나 현금 후원을 받아 충당하기도 한다. 칠성시장, 매천시장 등 상인들은 야채를 꾸준히 제공해주고 있다. 매년 11월에 3일간 사랑의 바자회를 열어 급식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하루는 젊은 남녀 노숙인이 갓 낳은 애기를 안고 급식소에 밥을 먹으러 왔어요. 안쓰러워 산모에게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 먹여주었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기기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 지 몰라요."

급식소 관리는 신자 박금옥(62) 씨가 2008년부터 맡고 있다. 그는 급식소 앞에 꽃예술원을 운영하면서 급식봉사를 마친 자원봉사자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 공양도 아끼지 않는다. 관음사 부주지 동진 스님도 급식소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관음사는 매년 1월 법당에서 자원봉사자를 위한 신년교례회를 열고 있다. 봉사자 150여 명이 참여하는데 축가, 특강, 공로상 전달 등이 있다. 이날 봉사자들에게 정성들여 마련한 사찰음식을 대접한다.

"스님도 탁발수행하면서 길거리에서 자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님도 노숙자다. 스님이 노숙자를 거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관음사 주지 원명 스님은 올해 속가 90세의 노승이다. 노숙자를 위해 무료급식소를 개설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스님은 항상 시주 받은 돈이나 물품은 비축하지 말고 노숙자들에게 다 베풀도록 하고 있다. 후원회원 신청 053)42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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