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 천관사지 3층석탑 복원(매일신문 10일 자 10면)을 두고 '내 맘대로 식 복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석탑 주요 부재가 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이미 지난해 초 제기됐지만 경주시는 관련 논의를 외면한 채 애초 계획대로 복원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석탑 복원이 포함된 절터 정비공사가 논란 4개월 전 이미 발주 된 상태였고, 논란 이후에도 전문가로 구성된 지문회의를 수차례 거쳐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문회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논란이 된 부재의 진위에 대한 검토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된 석탑 부재는 3층 지붕돌이다. 경주시는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전시된 팔각옥개석(지붕돌)을 천관사지 탑 부재로 봤다.
반면 한정호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논문을 통해 이 지붕돌은 "천관사지 탑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두 주장의 근거는 모두 지붕돌 아랫부분에 새겨진 연화문이다. 2015년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일제강점기 조사 자료를 찾아내기 전까지 학계는 천관사지탑 지붕돌 아랫부분이 당대 석탑의 일반적 모습인 계단형일 것으로 추정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 자료에서 석탑 1층 지붕돌에 연화문이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연화문이 있는 경주박물관 팔각옥개석을 천관사지 탑 부재로 추정했고, 경주시는 이를 근거로 복원을 추진했다.
반면 한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사 당시 사진을 제시해 "두 지붕돌의 연화문은 그 모양과 볼륨감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경주시는 논란 이후 4차례 자문회의를 가졌지만 해당 부재의 진위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 지난해 4월 9일 자문회의에서 '경주박물관 옥개석과 사진 속 옥개석을 참고해 연화문을 조각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기는 했다. 큰 차이를 보이는 두 문양을 절충해 제작하라는 이 언급은 원형 복원을 위한 노력과는 거리가 먼 대목이다.
연화문과 관련한 논의는 같은 해 10월 8일까지 이어졌다. "발주가 된 상태여서 되돌릴 수 없었다"는 경주시의 해명과 달리 논란 이후 최소 8개월 동안은 탑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사 이후 자취를 감췄던 천관사지탑 2층 몸돌(탑신석)이 동국대 경주캠퍼스 박물관 마당에 있는 석조물이란 점도 밝혀냈다. 경주시도 이 사실을 파악했지만 해당 부재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 제작해 복원했다.
한정호 교수는 "잘못된 판단은 원형을 해치고 역사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문화재 복원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모자랄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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