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지난 4일 개봉 11일째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량'이 가진 1천만 명 돌파 기록(12일)도 깨트렸다. 한국영화관람사를 새로 써야 할 것이다. 4년전 강원도에서 군복부중이던 아들을 면회가서 함께 '어벤져스 2'를 관람한 적이 있다. '007영화'의 감동을 기대했으나 영화에 빠져들지 못하고 그저 자리를 지키기만 했다. 시리즈 앞편을 관람하지 않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읽을 수가 없었다. '어벤져스'의 대장정에 일조하고 싶지만 사전학습이 부담이 되어 주저하고 있다.
시리즈물하면 '007 제임스 본드'를 빼놓을 수 없다. 1962년 숀코네리가 주연한 '살인번호'를 필두로 2015년 25편 '스펙터'가 개봉되었다. 숀코네리, 조지 라젠비, 로저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 팬들을 극장가로 불러 들였다. 동서 냉전시대에 죽고 죽이는 스파이전은 관객을 유인하기에 알맞은 구도였다. 그 가운데서 펼쳐지는 서스펜션은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했다. 주인공과 본드걸간의 애정신도 영화를 한층 감칠맛 나게 했다. 소품으로 등장시킨 만년필에 숨겨진 소형 녹음기나 사진기는 신기하기만 했고, 미래를 꿈꾸게 했다.
그 때의 꿈이 현실이 되어 스마트폰에 담겨져 있다.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의 클럭 속도는 현재기준으로 100kHz 가량이었다고 한다. 우리손 안에 쥐어진 스마트폰의 클럭 수는 무려 2.6GHz 다. 지금의 개발추세면 슈퍼컴퓨터가 조만간 우리 손안에 쥐어질 것 같다. 스마트폰이 곧 일상이고, 세상과 연결하는 창이다. 스마트폰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포탈이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있어, 생각하기를 귀챦아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사고를 멈춘 인간들을 앞지르고, 어벤져스의 '타노스'가 되어 세상을 호령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보고에 의하면 스마트폰을 잘못 활용하면 과다사용과 중독, 사이버 폭력, 유해매체 노출, 눈과 근골격계 질환들을 야기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행위 중독의 일종으로 약물이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 중독과 유사하게 내성과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가족, 대인관계 등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뇌 영상 연구에서는 인터넷 게임중독과 같은 행위중독도 물질중독과 유사하게 뇌기능과 구조도 변화시킨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2년전 '건강 십계명'을 발표했다. 금연하기, 절주하기, 균형식하기, 적절한 신체운동하기, 규칙적 수면취하기, 긍정적 사고방식 갖기, 정기적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챙기기, 스트레스 관리하기, 미세먼지와 신종 감염에 대해 관심 갖기, 마지막 10번째가 모바일 기기와 거리두기(스마트 기기, 스마트하게 사용하기)이다. 세칙항목으로 '1. 식사는 스마트폰 없이 합시다 2. 스마톤폰도 잘 때는 쉬고 싶어요 3. 아기에게 스마트폰 주지마세요'였다.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가다 이따금씩 말에서 내려 자기의 영혼이 미쳐 뒤쫓아 오지 못했을까봐 달려온 쪽을 한참동안 바라보듯, 스마트폰 때문에 사고를 멈춘 우리의 영혼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여유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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