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토 면적 19.8% 담당 대구기상청… "지역 맞춤형 기후DB 구축 길 열렸다"

대구·경북내륙·동해안 각기 다른 기상수요… "지방기상청 필요성 커"
각 지역 맞는 맞춤형 기상·기후 데이터베이스 구축 여건 마련
데이터베이스 활용 지역 맞춤형 지진·자연재해 대응도 가능

18일 대구기상청으로 승격한 옛 대구기상지청 청사의 모습. 대구기상청 제공.
18일 대구기상청으로 승격한 옛 대구기상지청 청사의 모습. 대구기상청 제공.

기상·기후 정보는 시민들이 아침이면 찾아보는 날씨 예보를 넘어 도시계획과 산업, 재난 대비 등 우리 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

예컨대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매년 여름이면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전력 공급 용량을 결정한다. 제약업체들은 기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온 상승에 따른 전염병 규모를 예측, 이를 예방하는 제품 생산에 투자를 늘린다. 지난 4월 강원 고성~속초 일대를 휩쓴 산불처럼 국가적 재난에 대응할 때도 바람의 세기와 방향, 기온 등 기상 정보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대구지방기상청의 승격이 '지역 맞춤형 기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실제 행정에 응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맞춤형 기후 자료 만들 길 열어

대구경북권 기상업무를 총괄할 지방기상청의 필요성은 대구기상청의 담당 구역을 지형적으로 분석해보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대구기상청이 담당하는 대구경북의 면적은 2만여㎢로 국토 면적의 19.8%에 이른다.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분지 지형으로, 여름철 기온이 높고 게릴라성 폭우가 잦다. 소백산맥을 끼고 있는 경북 내륙은 지형이 위아래로 길고 산맥 주변 지역에는 변화무쌍한 국지성 폭우가 자주 내린다. 특히 경북은 농업 종사자들이 많은데다, 재배 작물 종류도 전국에서 가장 다양해 예보에 의존하는 비율도 높다.

경북 동해안은 어업 종사자 비율이 높아 해상예보의 중요성이 크고, 양산단층이 지나는 탓에 지진에 대한 예측과 대응이 필수적이다. 더구나 동해안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돼 있고, 지난 2015·2016년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등 지진 예보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이처럼 다양한 기후여건과 사회적 조건을 갖춘 대구경북이기에 지방기상청의 필요성은 클 수밖에 없다. 경북 내륙 농업 종사자와 동해안 어업 종사자, 대구 도심 직장인들에게 각기 다른 상세한 기상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구기상지청은 부산기상청에 소속돼 있다 보니 예보를 재가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전국에서 가장 넓은 기상 서비스 제공 구역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높았다.

부산·경남이 있는 남해안권과 대구경북 내륙지역은 지형과 기상상황이 완전히 다른 탓에 큰 틀에서 생산하는 예보는 비슷하더라도 국지적 기상변화에는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기상청 개청을 계기로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기상·기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를 뒀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지방기상청으로 승격하면서 대구경북의 지형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과 주된 피해 사례 등에 대한 독자적 연구사업과 예보를 추진할 힘이 생긴 것"이라며 "예컨대 폭염의 경우 도심과 경북 내륙, 동해안의 피해 사례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세부적으로 살피는 기초 자료를 만고 지역밀착적 기상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부 DB 활용 맞춤형 재난대응 길도 열렸다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면 자연재해가 벌어졌을 때 지역 실정에 가장 잘 맞는 대응책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와 함께 대구경북에도 국지적인 자연재해가 찾아오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기록적 폭염이 한반도를 휩쓴 지난해 대구경북의 여름철(6~8월) 평균 폭염일수는 30.9일(평년 11.9일)을 기록,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1994년(31.6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두 달 전에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3월 폭설로는 세 번째로 많은 양의 폭설이 내렸다.

이 같은 국지적 기후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자체 기획운영 업무를 할 수 있는 지방기상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재난예방과 대응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측면에서 예산과 사업 등이 모두 부산기상청에 예속됐던 기상지청 시절보다 재난대응 체계가 한 차원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이후 경주와 포항 시민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긴 지진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도 지방청 개청이 갖는 의미는 크다.

기상청 본청의 지진 관련 조직은 지난해 초 25명에서 45명까지 늘었지만, 대구기상지청의 경우 기존 인력 중 1명을 지진정보관으로 지정한 것이 전부였다. 관련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는데 그치다 보니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전문성이나 업무 집중도가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대구기상청이 독자적으로 관련 부서를 만들고 예산을 배치해 인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레 지진 전담인력이 늘어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지진 대응 체계도 구성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점점 심해지고,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독자적 예산과 인력배치가 가능한 지방기상청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폭염은 물론 태풍이나 가뭄, 지진 등 자연재해 대비를 위한 심도있는 자료를 만들어 지자체에 제공한다면 장기적인 대응 체계를 더 원활히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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