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이상 폭염이라는 '된서리'를 맞아 한철 장사를 망친 동해안 해수욕장이 올해 어김없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7, 8월 기온이 평년 수준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살짝 기대도 걸고 있지만 불경기의 무게는 해수욕장 상인들을 크게 짓누르고 있다.
21일 오전 10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임시개장을 하루 앞둔 해수욕장 인근 상가들은 손님 맞을 분위기에 한껏 들떠 있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횟집 상인 A(55) 씨는 "지난해는 이상 고온현상 탓에 백사장이 뜨겁다며 피서객들이 다른 피서지를 많이 찾아 매출이 30%나 줄었다"며 "올해는 경기가 더 안 좋다는 말이 많아 피서객이 더 줄 수 있다"며 걱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 영일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247만여 명(포항시 발표)이었지만, 이 기간 국제불빛축제에 몰린 관광객 177만여 명을 제외하면 실제 피서객은 절반도 못 미친다.
고깃집 상인 B(60) 씨는 "20대 젊은층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바닷가로 놀러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일자리가 많이 없어져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해수욕장 피서객 전망은 경북 동해안의 울진, 영덕, 경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주 관성솔밭해수욕장 한 상인은 "올해는 7, 8월 날씨가 예년 수준이라고 해서 지난해처럼 이상폭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얼어붙어 과거 수준을 회복할 지는 미지수다"고 했은.
또 다른 상인은 "요즘 젊은층 덥고 불편한 해수욕장보다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워터파크 같은 곳을 선호한다"며 "경주보문단지에 있는 물놀이시설 2곳이 피서객 발길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영덕지역 해수욕장 상인들은 그나마 올해 날씨가 좋기만을 바라고 있다.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한 상인은 "해수욕장 경기는 긴 장마가 있어도 곤란하지만, 너무 더워도 손님이 준다"며 "올 여름 날씨가 예년 수준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영덕군은 2016년 말 당진영덕(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듬해 피서객이 전년보다 2만 명 늘어난 51만 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2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탓에 해수욕장 상인들은 특색있는 이벤트를 준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피서객들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상인회 관계자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해수욕장 상인회장들과 만나도 푸념밖에 안 나온다"며 "그래도 지진 위험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기도 했고, 날씨만 뒷받침된다면 지난해보다는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겠나"며 살짝 기대감을 내비쳤다.
울진 망양정해수욕장 한 상인은 "교통 등 문제를 해소할 만한 피서객 편의시설을 갖추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피서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또래女 성매매 시키고, 가혹행위한 10대들…피해자는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