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정정용 감독과 선수들 덕분에 2019년 초여름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라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어록들과 함께 정 감독의 소통·배려·스펀지 리더십은 두고두고 회자할 것이다. 재기 발랄하고 투지 넘친 선수들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설 것으로 믿는다.
모든 경기가 명승부였지만 복기를 하면 16강전에서 맞붙은 일본전이 가장 큰 고비였다. 전반전엔 한국이 크게 밀렸다. 문제는 수비 전형이었다. 4-4-2를 쓰는 일본을 상대로 5-4-1로 수비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하려고 내려온 이강인의 수비 부담이 커지며 볼 점유율을 내주고 공격력이 약해졌다. 반전은 하프타임 이후 정 감독의 전술 변화에서 시작됐다. 엄원상을 투입하며 4-4-2로 전형을 바꿨다. 수비 부담이 준 이강인은 오세훈과 공격에 집중해 결국 1대0 승리를 이끌어냈다.
축구에선 하프타임 때 작전을 많이 바꾸지만 농구, 배구 등은 아예 작전타임이 따로 있다. 감독과 선수가 공수 전략을 주고받는 시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편의 승세를 꺾거나 내 편의 잇따른 실책을 되돌아보려고 작전타임을 쓴다. 작전타임을 잘 활용하면 승리를 가져올 수도, 반대로 허투루 하면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바꿨다. 경제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선수를 교체한 것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작전은 그대로 고집하면서 선수만 바꾼 탓에 기대할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로 투입된 선수도 교체된 선수와 오십보백보여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운동경기에서 감독이 경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점수를 계속 내주면 경기를 망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경제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실패한 정책을 뜯어고치지 않은 채 자기 사람만 이 자리, 저 자리로 돌려막으니 경제가 나아질 리 만무하다. 이러다가 "문제는 감독이야! 감독 바꿔"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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