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민자 부녀 비극에 유족 비탄, 전 세계 애통·분노

미국 국경의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다 물살에 휩쓸려 숨진 이민자 부녀의 사진이 공개되자 유족이 비탄에 잠겼고 그들의 슬픈 사연에 전 세계가 애통해하며 분노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과 AP·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25세의 아버지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는 늘 부지런히 일하는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다. 피자 가게에서 일하던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팔고 주변에서 돈을 빌려 폭력과 가난에 찌든 고국 엘살바도르를 떠나려 했다. 만 2살도 안 된 어린 딸 발레리아는 가족들의 머리를 직접 빗겨주는 걸 좋아했다. 춤추기와 봉제인형을 좋아하는 쾌활한 아이였다.

유족과 이웃의 전언을 종합하면 마르티네스와 타니아 바네스 아발로스(21) 부부, 딸 발레리아는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외곽 산마르틴에서 마르티네스의 모친 로사 라미레스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 언젠가 미국에 가서 자신만의 집을 사겠다는 꿈에 남편은 피자 가게에서, 아내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각각 일하며 저축했다고 한다.

아들 가족이 지난 4월 초 미국으로 향하겠다는 결심을 굳히자 모친 라미레스는 "아들아, 가지 말아라. 아메리칸드림을 쫓지 말아라"며 말렸다. 그러면서 "정 가야 한다면 딸이라도 여기 남겨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마르티네스는 "아니요 엄마. 어떻게 내가 딸을 놔두고 떠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세요"라며 거절했다고 라미레스는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반(反)이민정책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을 보고서도 이들이 폭력과 박해를 피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위험하고 때때로 실패하는 여정에 나선 인간들이란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부녀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모든 이민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등 이런 여론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 성하께선 그들의 죽음에 깊이 슬퍼했으며 그들을 위해, 전쟁과 고통에서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모든 이민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두 부녀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우리에게 올바른 법이 있었다면 그들(이민자들)은 (미국에) 오려고 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입법에 협조하지 않아 죽음을 예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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