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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買櫝還珠(매독환주): 구슬이 아니라 구슬 함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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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교수
김준 교수

초(楚)나라 사람이 정(鄭)나라에 구슬을 팔러 갔다. 목란(木蘭)이라는 귀한 목재로 아름다운 함을 만들어 구슬을 넣었다. 좋은 향이 나도록 훈제도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구슬 함만 사고 안에 있는 구슬은 상인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함을 사고(買櫝) 구슬을 돌려주었다(還珠)는 매독환주의 유래다.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어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주객전도라는 말과도 의미가 상통한다.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 진(秦)나라 군주가 딸을 진(晉)나라에 시집보냈다. 딸을 시중들게 하기 위해 70명의 시녀를 화려하게 꾸며 딸려 보냈다. 그랬더니 진(晉)나라의 공자는 시녀들을 총애하고 정작 사랑해야 할 아내는 멀리했다. 좋은 동기에서 행한 것이 불행한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여원위(事與願違)라고 한다.

두 이야기는 모두 2300년 전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에 나온다. 진나라의 군주는 딸을 돋보이게 하려다 낭패를 본 경우이며, 구슬 함을 산 사람의 원래 목적은 구슬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초나라 상인은 구슬을 돌려받고, 진나라 공자는 아름다운 여인들을 취하는 망외(望外)의 '득'을 봤을지 모른다. 한비자는 인재를 등용하거나 할 때 외관보다는 내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뜻으로 이 글을 남겼다.

내년 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당의 인재 영입이 회자되고 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된다. 정당들은 정책보다는 그들의 대중적 인기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유권자들도 그들의 화려한 외모에 매료되어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구슬 함에 현혹되어 구슬을 놓치는 꼴이 아닐까. 경험칙으로 보면, 정치인으로 변신한 스타들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구슬도 구슬 함도 모두 잃게 될지 모르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겠는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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