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것이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소아기에는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이니 만큼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가 한창 커야할 시기인데 또래보다 너무 작아서 속상해 하거나, 반대로 너무 빨리 성숙해져서 걱정인 경우도 있다. 또한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흔한 만성질환인 알레르기질환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모든 어린이들은 정상적인 성장 유형을 갖고 있지만 만성질병이나 영양장애 등이 동반되면 성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골치 아픈 알레르기질환도 출생부터 성장과정을 잘 지켜보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방학을 맞은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기 보다는 소아와 청소년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현재 우리 아이는 잘 크고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저신장의 원인, 가족력일까 질병일까?
아이의 정상 성장속도는 출생 후 1세까지 평균 25cm가량 자란다. 이후 1세부터 2세까지는 12cm 자라고, 사춘기까지는 연간 5~6cm씩 성장한다. 사춘기가 되면서 급성장이 이루어졌다가 성호르몬에 의하여 뼈의 성장이 닫히면 키 성장은 멈추게 된다.
저(低)신장은 같은 연령, 성별 어린이들의 3백분위수 이하일 때를 말한다. 또래 아이들100명 중 3번째 이내로 키가 작은 경우다. 친구들의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거나 1년에 키가 4cm 이상 크지 않을 경우, 또는 학반에서 키 번호가 지속해서 1번일 경우에는 저신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저신장을 평가할 때는 병력과 사회력, 가족력을 물어보고 정확한 신체계측을 한다. 신체이상이 있는지 진찰을 하고 골연령을 검사한다. 골연령은 왼쪽손목뼈의 X-ray를 보고 평가하며, 여아는 염색체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골연령이 현재 나이보다 낮을 경우 앞으로 더 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을 뜻하지만, 성장호르몬 결핍증 등 병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반면에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높다면 앞으로 더 자랄 수 있는 여력이 얼마 없다는 의미가 되므로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실제 저신장 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족력이다. 골연령, 성장호르몬 분비, 성장속도는 정상이지만 최종 키는 그리 크지 않다. 이때 성장호르몬을 투여할 수도 있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저신장의 30~40%를 차지하는 체질적 성장지연은 뼈 성장이 늦어 현재는 또래보다 작지만 나중에 더욱 자랄 수 있다.
병적인 저신장의 원인으로 성장호르몬이나 갑성선호르몬의 결핍, 만성질환, 영양흡수 장애, 자궁내 성장지연 등이 있다. 출생 후 성장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터너증후군, 정서인지 결핍 등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를 통해서 결핍이 나타나면 매일 또는 1주일에 한번 성장호르몬을 주사한다. 성장호르몬 투여 후 키가 커지고 복부지방이 감소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학교 성적도 향상된 경우를 많이 본다. 클 수 있는 어린이라면 조기 진단 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다만 성장호르몬 치료 부작용으로 인슐린 저항성이나 당뇨병 위험, 뇌압상승 증상인 두통, 오심, 어지럼증, 시각장애나 대퇴골두 골단분리증이 드물게 보고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석진 교수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10명 중 9명은 학업 압박에다 외모 및 키에 대한 스트레까지도 노출되어 있다. 어떤 특별한 비법보다는 재미있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충분한 수면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빨리 자라서 걱정인 '성조숙증'
여자 어린이 사춘기는 10세쯤부터 유방이 발달하고, 남자 어린이는 12세무렵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여아 만 8세 이전, 남아 만 9세 이전에 2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만 8세 전에 젖망울이 생기거나 초경을 만 10세 이전에 하는 경우, 6개월에 4cm 이상의 키 성장이 있다면 성조숙증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조숙증은 여아가 남아에 비하여 5~10배 많으며, 2차성징의 조기 발현과 함께 빠른 골성숙으로 인해 최종 성인 키 감소, 사회심리적 문제 행동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여아의 경우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이 80~95%를 차지한다. 남아는 성조숙증 환자의 50%에서 원인 질환이 발견된다. 뇌종양, 선천성 뇌기형, 수두증, 뇌염 및 뇌농양, 갑상선저하증, 고환이나 부신의 질환,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약물 등이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성조숙증의 진단은 2차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 속도, 원인 질환, 성호르몬 노출 유무 등을 확인한다. 뇌 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인 성호르몬 억제제를 4주 간격으로 주사로 맞게 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이가현 교수는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에는 잘 크는 것 같지만 골연령이 빨라져 다른 아이에 비해 성인 키는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성조숙증 치료는 성호르몬에 조기 노출에 따른 질병 발생 위험도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소아 알레르기질환은 연령에 따라 다른 특성
소아 알레르기질환은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다. 소아들은 증상의 발현과 경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성인과 차이가 많다. 소아는 출생 후부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원인과 표적기관이 변화하면서 각종 알레르기질환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아토피 소인이 있는 소아들은 영유아기에 위장관 증상(설사, 구토, 복통 등)이 나타나고 이어서 피부증상(영아 습진)이 나타난다. 대개의 경우 자라면서 증상이 나아진다. 생후 6개월쯤 되면 기침과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들리고 호흡곤란 증상을 동반할 수 있는 세기관지염에 잘 걸리게 된다. 이런 상태가 자주 반복되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천식 증상은 호흡기의 성장과 노출 알레르겐의 변화에 따라 6~7세경에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소아는 학령기 동안 천식의 호전·악화를 반복하면서 사춘기에 이르게 되는데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구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추미애 교수는 "소아 알레르기질환의 약 70% 정도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치유되지만, 20~30%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며 "관련 질환의 자연경과를 잘 이해해서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계명대 동산병원 강석진·이가현 교수, 대구동산병원 추미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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