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황교안 대표 취임 후 잠시 30%를 넘기도 했던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최근 20%대를 맴돌며 지지부진한 상황에 겹친 재정난이라 "참담하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한국당 소속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은 "당의 금고가 바닥난 것 같다"는 증언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한국당 사무처는 지난달 30일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대여(對與)투쟁 기금 모금에 동참할 것을 독려(매일신문 5일 자 5면 보도)했다.
한 원내 위원장은 "그동안 특별당비 등의 명목으로 수차례, 한 번에 200만~300만원씩 거둬갔다. 기존에는 당에서 각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람을 모으면 중앙당이 일정한 운영비를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특위 활동 의원이 위원들 식사비를 계산하는 등 사실상 '금배지'들 '주머니'로 끌고 가는 참담한 형국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당도 정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지만 야당이 되어서인지, 당이 인기가 없는지 여론이 후원금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도 구체적 숫자를 알리지는 않았지만 구태여 형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매일신문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후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지방자치단체 관련 직책 당비가 크게 줄었다"면서 "기본적으로 당 살림은 국고보조금으로 운용되지만 각종 정치적 행사를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든다.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 당이 앞장서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당의 기둥인 국회의원님들께 공문을 통해 부탁했다"고 했다.
이어 박 총장은 "대표 1천만원, 원내대표 500만원을 냈고 지도부 외 의원님들도 성의를 많이 표시해 주셨다. 직책 당비, 특별 당비 등 여러 표현이 있지만 모두 후원금으로 장부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당이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음에도 큰 비용이 드는 장외집회를 강행해놓고 부담은 소속 의원들에게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 측은 "황 대표 '대선 주자 놀음'하느라 한 번에 1억~2억원가량 드는 장외집회를 여러 차례 해왔다. 사무처 설명대로 야당이 되면서 형편이 나빠졌다면 더 아껴 써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 측도 "올해 모금 가능한 후원금(1억5천만원)의 1/3밖에 모으지 못했다. 다른 의원실은 3천만원 정도 모였다고 하더라"면서 "야당이 되면서 당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도 숨통이 트이지 않는데 '주머니'를 털어가는 아이디어를 누가 내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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