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의 대표적인 민속 기악곡 중에 '산조'라는 음악이 있다. 지난 칼럼에서 무속음악에 뿌리를 둔 '시나위'에 대하여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산조는 이 시나위 같은 민속기악합주곡에서 파생되어 독주악기로 연주되면서 기교가 확대되었고, 거기에 판소리의 진양, 중모리 장단의 선율들과 합해지면서 산조의 형식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진양조의 느린 장단에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를 거쳐 점점 빨라지며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의 아주 빠른 장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속도와 리듬 속에서 선율들이 자유롭게 춤을 춘다. 아주 기교적이며 깊이 있는 성음이 요구되는 이유로 대다수의 국악 연주자들이 평생에 걸쳐서 이 산조음악을 연구하고 내공을 만들어 간다. 류파에 따라 휘모리, 단모리 장단이 빠지기도 하고, 엇모리, 굿거리 장단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류파 라는 것은 그 가락을 구성하고 작곡한 이의 이름을 따른다. 예를 들어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라고 하면, 김윤덕 명인이 가락을 정리한 가야금산조라는 것이다.
산조의 종류는 19세기 말 김창조 명인의 가야금 산조를 시작으로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아쟁 등의 악기가 산조로 생기며 발전하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전해지는 산조는 각 악기에 따라 그 종류가 많은데, 가야금에는 앞서 언급한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를 비롯하여, 김병호류, 강태홍류, 최옥삼류,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등과 거문고는 신쾌동류,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대금에는 김동진류, 서용석류, 원장현류, 이생강류 대금산조 등이 있고, 이 밖에도 각 악기에 따라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많은 다양한 산조들이 그 뛰어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나의 곡 '김동진류 대금산조협주곡 <부활>'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김동진류 대금산조 가락을 국악관현악과 함께 협연형태로 연주한다. 전통 민속기악독주곡인 산조를 협주곡으로 만들어 창작국악 장르로 불러들인 것인데, 이는 산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곡 '부활'을 통해서 김동진류 대금산조가 모든 분들의 마음에 새로운 모습으로 각인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애원성과 절도있는 가락이 돋보이는 김동진류 산조에 국악관현악의 장중함이 더해지고, 또한 산조의 민속악적 선율과 서양화성의 클래식컬한 국악관현악의 색다른 융합은 기존의 다른 산조협주곡과 차별성을 두면서 음악의 정답이 아닌 또 하나의 다양성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깊이 있는 내면의 소리는 울림 또한 강하다. 지금은 '김윤덕류 가야금산조협주곡'을 새롭게 쓰고 있다. 이 곡을 통해 또 다른 하나의 다양성을 부여하며, 깊은 가야금의 울림을 더욱 극대화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나는 이 시대를 살면서 전통의 소리를 가치있게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숙명적 의무를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행해 가려 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정진해 나아가서 언젠간 위의 위대한 산조의 명인들처럼 내 음악에도 어떠한 일가를 이루게 되길 바라면서….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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