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친손자 "경북 구미 왕산광장 명칭 원안대로 하라" 1인 시위

구미시, 왕산 허위 광장을 산동광장으로 변경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왕산 허위 선생 친손자 허경성(93·오른쪽) 씨가 20일부터 구미시청 앞에서 왕산광장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박찬문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허 씨를 방문한 모습.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왕산 허위 선생 친손자 허경성(93·오른쪽) 씨가 20일부터 구미시청 앞에서 왕산광장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박찬문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허 씨를 방문한 모습.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경북 구미 출신의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1855~1908) 선생의 이름을 따 조성한 광장과 누각의 명칭(매일신문 9월 6일 자 12면 등) 변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한 물빛공원에 있는 왕산광장과 누각 왕산루의 이름을 구미시가 지역명으로 변경하기로 하자 주민들 사이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왕산 허위 선생의 친손자 허경성(93·대구시 북구 침산동) 씨가 20일부터 구미시청 앞에서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산업4단지 물빛공원의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해 명칭 변경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1인 시위를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인 데다 90대 고령의 친손자가 직접 1인 시위에 나서자 구미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빛공원은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이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5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국가산업4단지 내 3만 ㎡ 부지에 조성한 근린공원으로, 왕산광장(8천㎡)과 누각 왕산루, 독립운동가 13인의 동상 등이 있다.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가 집안 중 하나다. 구미시는 2016년 남유진 전 시장 당시 주민공청회 등을 열고 구미의 역사성을 살린다는 취지로 물빛공원의 광장, 누각, 동상 명칭을 선생의 호인 왕산을 따 짓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장세용 구미시장 취임 이후 '인물기념사업은 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면서 물빛공원 광장과 누각 등을 지역명인 산동면을 따서 산동광장과 산동루로 변경하기로 했다. 왕산의 출생지가 산동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왕산은 구미 임은동 출신이다.

왕산광장 명칭 변경을 두고 산동면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산동면 주민협의회는 "물빛공원은 역사·기념공원이 아니라 근린공원으로 지역생활권 거주자의 휴양 및 정서생활 향상을 위해 조성된 공원"이라며 "물빛공원에 들어서기로 한 13인의 왕산 허위 선생 가족 동상은 왕산기념관 및 생가터 인근으로 옳겨 숭고를 뜻을 기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반면 왕산광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최고의 독립운동가 집안의 업적을 기리고 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파트 단지 인근에 훌륭한 독립운동가 광장이 있으면 자녀들 교육에도 좋다"고 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이번 명칭 변경 결정은 '명칭을 지명으로 변경해 달라'는 산동면 주민 300여명의 서명을 담은 민원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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