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대한민국에서는 집회가 참 많이 열리고 있다. 긍정적이다. 집회의 활성화는 민주주의(집회결사의 자유) 그 자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추상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불법과 부조리에 대한 지적을 아젠다로 만들어 해결하는 '실용적' 성과도 내고 있다.
아울러 지난 시대를 지난하게 살아오시느라, 풍족한 후대와는 달리 즐기고 싶은 것 즉 취미를 제대로 갖지 못하신, 후대가 바라보기에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드는 전쟁 세대·경제성장의 주역·민주화 투쟁 386 가운데 '일부'에게는 삶을 즐겁게 만드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도 제공되고 있다.
그러니 집회경제라는 개념도 곧 보편적으로 쓰일만하다. 선거 과정에서의 컨벤션경제 규모를 넘어설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게 바로 '선거'인데, 선거는 몇년에 1회만 할 수 있는 반면, 집회는 수시로 자주 아예 '24 7 12 365'(앞에서부터 시간, 일, 달, (다시)일 순)도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인간문명의 산물인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제도이면서 콘텐츠이기도하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선거는 투표하는 날 당일 발걸음 조금 손 몇번 까딱하고 끝인데, 집회는 왔다갔다 운동 되고 박수 많이 치면 혈액순환 효과 있고 소리 지르면 스트레스 해소된다.
이렇듯 집회란 우리 국민들의 삶에 참 유익한 요소임에도, 정부의 관심은 좀 떨어지는듯하다. 한 예로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둬서 엄청나게 지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은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과 함께 5부 요인으로 대우해준다. 5명 중 제일 땡보직이다.
그런 반면 집회는 어떤가. 탈규제 시대에 온갖 규제의 대상이다. 선거는 여름에는 에어컨 시원하고 겨울에는 히터 뜨뜻한 투표장을 마련해주지만, 집회는 여름 뙤약볕이라도 겨울 칼바람 불어도 좋다며 힘들게 집회장 마련하면 그마저도 감시와 훼방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물론 20세기에 비하면 21세기에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꽤 쾌적하게 보장되고 있다. 그런데 그건 국민들이 시대를 변화시켜 누리는 맥락에 있지, 국가가 일부러 인프라를 만들어줬기에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의 미비가 문제가 아닐까. 선거와 관련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집회와 관련해서는 그런 거 없고 사실상 집회 신고부터 관리 및 사후처리까지 A to Z를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에 떠넘긴 셈이다.
그래서 통계도 안 나온다. 통계란 그 분야의 시스템의 수준을 가늠케 해 준다. 통계가 정확할수록 카테고리가 풍부할수록 통계가 설명하는 분야의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고, 이게 그 분야 이용자의 만족도 역시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투표 통계가 똑바로 나온다. 틀리면 큰일 난다. 관계자 반 죽는다. 그러나 집회는 어떤가.
가칭 '집회관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관리'라는 단어가 좀 별로라면 '집회권익위원회'나 '집회섬김서비스'도 좋을 것이다.
제대로 된 집회 통계가 없어서 지금 대한민국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보고 있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회 참가자 수를 두고, 이게 소수점 이하로 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사람 머리 수만 카운팅하면 되는 엄청나게 쉬운 통계인데, 실은 산수인데, 한자리수는커녕 열자리수 아니 백자리수까지라도 정확하게 알고 말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게, 그러면서 '내가 맞네, 니는 틀렸네, 카더라 카더라 아브라카카더라' 참 말이 많은 게,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이다.
참가자 수를 내세워 '어필'하고 싶은 집회 주최측은 집회관리위원회 따위의 시스템을 반길만하다. 그저께와 어제와 오늘과 내일과 모레가 똑같은 집회 구호보다는, 저 통계 숫자의 '확실함'에서 진짜 설득력이 나오는 상황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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