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日 새 천황 즉위식 참석
살얼음 양국 관계 돌파구 될지 관심
日에 천황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
한국, '뇌관' 건들지 않는 절제 필요
오늘은 일본의 새 천황(일왕의 일본 호칭)의 즉위식 날이다. 190개 이상의 국가와 기관을 초청한 일본 최고의 축제일이다. 한국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절로 참석한다. 즉위식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될지에 관심이 크다.
한일 관계의 결정적 변곡점은 2012년이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가을쯤 일본 국민을 상대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까지는 '한일 관계가 양호하다'는 평가가 약 60%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2년에는 '양호하다'가 18.5%, '양호하지 않다'가 78.8%로 급변하고 우익들의 혐한 활동도 본격화했다.
그 후 계속해서 '양호하다' 30% 대 '양호하지 않다' 70% 정도가 유지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였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도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의 조치는 돌발적이 아니라 누적된 불만의 폭발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면 2012년의 무엇이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았을까.
그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독도를 방문했다. 며칠 후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천황의 사죄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 국민들은 격앙했고 "한국을 적국으로 보자" "천황 폐하에 대한 모욕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등 우익 성향 정치인의 발언과 기사가 일본 언론을 장식했다. 일본 국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천황의 사죄 요구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독도 방문과 천황의 사죄 요구 중 어느 쪽이 한일 관계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을까. 둘 다 민감한 문제이나 후자가 일본 국민의 감성을 더 자극했다는 평가가 많다. 외국에서도 천황의 전쟁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가 있으나, 국가원수가 직접 천황을 겨냥한 적은 없다.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서 볼 때 천황은 여느 나라의 왕에 지나지 않으나, 우익 성향의 일본 국민들은 천황에 대한 비난을 일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들에게 천황은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존재인 것이다.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으로부터의 비난은 그들에게 더욱 충격이었다.
천황을 빼고 일본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번에 즉위하는 나루히토(徳仁)는 126대 천황(25대까지는 신화의 영역)이다. 일본은 그동안 천황가의 대가 끊기지 않은 만세일계(萬世一系)라 한다. 한 번도 왕조 교체가 없었다는 의미에서 안정의 표상으로 해석을 하나, 반대로 변화의 동력이 없는 정체(停滯)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천황이 늘 일본 정치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794년부터 시작되는 헤이안(平安) 시대에 들어오면 천황을 대신해 귀족이 실권을 장악했다. 뒤이은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에도 막부 등은 장군 중심의 무가(武家) 지배체제였다. 지배체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천황은 있어도 없는 듯 명맥을 이어갔는데, 수수께끼이다.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굳이 그 존재를 없애거나 바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천황이 정치의 중심에 복귀한 것은 메이지유신을 전후해서다. 하급 무사들이 중심이 된 유신세력은 천황을 막부 타도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 연장 선상에서 그들은 메이지 헌법에서 천황을 신성불가침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주권과 대권을 부여했다. 이로써 천황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現人神)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 역사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상징 천황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며 메이지유신 이후의 근대 천황제는 오히려 예외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 국민들에게는 근대 천황제가 각인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천황의 권력과 권한은 사라졌으나, 그는 여전히 일본 국민의 심저(心底)에 절대적 존재로 남아 있다. 1945년 8월 15일 천황이 항복 방송을 할 때 일본 국민들은 황궁을 향해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절대적 존재에게 굴욕적인 항복 방송을 하게 한 죄스러움 때문이었다.
천황이 한일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 적은 없으나, 뇌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한국이 이를 신성시할 필요는 없으나 국가 간 절제는 필요하다. 양국 관계를 위해서도.
이성환 계명대 교수 (일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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