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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폭로' 1억 뜯어낸 협박범… 잡고보니 대학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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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비용 위해 상환 요구하자…다른 친구 이용해 협박 편지 전달
중재한 척 합의금 요구하다 덜미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판사 김태환)은 성추행 문제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친구를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2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18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구 한 섬유기업 대표인 A씨는 지난 8월 성추행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대학 동창 B(38) 씨에게 털어놨다. 변호사 비용이 필요했던 A씨는 B씨에게 빌려줬던 1억5천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갑작스러운 상환 요구에 압박을 느낀 B씨는 다른 친구 C(38) 씨에게 "A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자"고 제안했다. B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C씨는 기자 행세를 하며 A씨에게 접근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C씨는 "지역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의 자제이자 세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 기업 경영에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기사화는 일단 보류하겠으니 현금 3억원을 준비해달라. 추적하려는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포착되면 각오해라" 등의 협박편지를 퀵서비스를 통해 A씨에게 전달했다.

겁을 먹은 A씨가 곧바로 친구 B씨에게 도움을 청하자 B씨는 "가족들이 알게 되면 충격이 클 테니 경찰에게 알리지 말고 합의를 하자"고 부추겼다.

B씨는 A씨를 대신해 C씨의 전화를 받아 합의금을 3억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낮추는 대범함도 보였다. 결국 친구에게 속은 A씨는 지난 8월 28일 오후 5시쯤 퀵서비스를 통해 현금 1억원을 C씨에게 전달했다.

B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씨에게 진 채무도 이런 방식을 통해 변제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B씨는 A씨에게 "너에게 빌린 돈으로 구입한 주식을 매도해 나머지 합의금을 마련하겠다"고 거짓말을 했고, C씨와 짜고 돈을 건넬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그러나 B씨가 가짜 돈을 C씨에게 전달하려는 순간 잠복 중인 경찰관들에게 체포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내용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으며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액 상당 부분이 회복된데다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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