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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키다리와 빅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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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개막 때만 해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다 FIFA 랭킹 1위를 자랑하며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멕시코와 한국에 잇따라 패하며 독일 축구 사상 80년 만에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예상 밖의 결과에 독일은 발칵 뒤집혔다. 팬들은 '카잔의 치욕'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여론이 들끓고 메수트 외질, 일카이 귄도안 등 몇몇 선수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터키계인 이들은 대회 직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인증샷을 찍는 등 돌출 행동으로 대표팀 퇴출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기자 감금 등 여러 차례 외교 마찰을 빚으며 독일에서 비호감 인물로 찍힌 때문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인 외질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빨리 잊고 싶은 악몽이었다. 결국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그런 외질이 이번 성탄절을 앞두고 외신의 초점이 됐다. 그는 트위터에 "지난 6월 전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1천 번의 수술을 돕겠다고 발표했는데 219번의 수술이 끝났다"고 알렸다. 그는 2014년부터 스포츠 스타와 팬 단체인 '빅슈'(Big Shoe)를 통해 국제의료 프로젝트를 후원해왔는데 즉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이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 성탄절 이야기도 중단되지 않았다. 그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0대 노부부가 내민 봉투에는 2천300만원의 성금이 담겨 있었다. 그가 2012년부터 모금회에 익명으로 전달해온 성금은 모두 10억원으로 대구모금회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중 가장 많다.

앞서 9월 대구모금회에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수성구청 7급 공무원 김영익 씨의 사연도 25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는 대구 공무원으로는 처음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과 나눔의 정신이 없다면 남을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부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는 김영익 씨의 말은 주저하는 손길을 붙잡아 주는 힘이 된다. '빅슈'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나눔을 향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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