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많은 청소년들이 '끼'를 마음껏 펼칠 공간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울 만큼 여건이 나쁜 모양이다. 학교 수업과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기도 쉽지 않을 터인데, 숨은 끼를 키울 공간마저 부족해 마땅한 장소 차지를 위해 또래끼리 새벽부터 나서 자리 다툼을 하거나 연습에 따른 문제로 시민 눈치까지 보고 있다니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의 청소년 지원 활동과 정책이 소리만 요란했지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 탓은 아닌지 살필 일이다.
현재 대구에서 춤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겪는 사례는 그 본보기가 될 만하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100개 넘는 춤 동아리 소속 회원 1천여 명의 큰 고민은 마음껏 연습할 만한 공간 확보이다. 그런데 대구의 8개 구·군 청소년 지원 시설 13곳의 연습실은 불과 40여 개다. 숫자만 봐도 연습실 확보에서 경쟁은 어쩔 수 없다. 연습장 3곳을 갖춘 남구의 한 지원시설은 2개월 전부터 예약을 해야 쓸 수 있다. 하루 7개 조(組)쯤 수용 가능한 시설인 탓이다.
사정이 이러니 기존 청소년 연습장 밖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의 이동 수단이 대중교통이니 두류역이나 대공원역, 교대역 등 접근성이 좋은 도시철도역 공간은 서로 탐낼 수밖에 없다. 이들 장소 가운데 춤 동아리 회원들이 선호하는 교대역은 매일 자리 선점을 위한 '새벽 출근'에다 또래의 경쟁으로 자리 쟁탈전의 현장이 된 셈이다. 게다가 연습 소음 등으로 지하철 승객의 불만과 불평도 모자라 이들 눈치까지 보니 이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춤 등 많은 청소년 동아리 회원이 끼를 내뿜을 공간 마련은 대구시의 몫이다. 기존 공간의 효율적 쓰임을 위한 예약제 도입도 좋다. 예산을 들여 새로운 공간을 마련, 제공하면 더욱 좋다. 하지만 기존 공공과 민간 시설 가운데 접근이 쉽고 쓰기 편리한 조건의 장소를 찾아 필요한 부대 시설을 갖춰 제공하는 일은 큰돈도 들지 않는 만큼 실천할 만하다. 청소년 정책이 굳이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청소년이 절실히 바라는 것부터라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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