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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어떤 시청을 지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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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23일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주변에 대구시 신청사 부지 결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3일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주변에 대구시 신청사 부지 결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시민 민주주의 새 역사를 쓴 대구

신청사 건립 마침내 본궤도 올라

새 랜드마크'관광명소도 좋지만

'시민의 행복'을 최우선 목표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터가 대구의 새로운 시청이 들어설 장소로 확정되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처음 대구시가 공론 민주주의를 들고 나왔을 때, 그리고 그것으로 신청사 입지를 결정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괜히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거 아이가? 오로지 시민의 뜻대로? 말이야 좋지 그게 되나?" 곧이어 비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대구시의 백년대계를 지식과 전문성이 부족한 보통 시민들이 결정한다는 게 과연 타당한가?'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중구와 북구 말고는 더 참여할 지역도 없을 텐데 괜스레 대구시 전역으로 일을 확대해 복잡하고 시끄럽게 만든다'고 했다. '탈락한 지역이 승복하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한데 그 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공박하는 이도 있었다.

게다가 공론화위원회의 핵심가치 '시민의 뜻대로'조차 잘 믿으려 들지 않았다. 말만 그렇게 해놓고 실제로는 '시장(市長)의 뜻대로' 할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어찌 보면 새로운 방식, 즉 공론화를 통해 신청사의 입지를 선정한다는 건 어설프고 비현실적이며 비효율적인 데다 심지어 위선적이고 나쁘기까지 했다.

물론 이 모든 건 지난 22일 이전까지의 이야기다. 달서구와 달성군이 참여함으로써 북구와 중구가 전부일 거라던 예측은 일찌감치 깨졌다. 시민 참여단이 보여준 진정성과 성실함은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선정 결과를 보면 시민의 뜻대로 진행되었다는 것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무도 지난 일을 두고 다투지 않는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지역 또한 당연히 없다. '신청사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군민들의 단합된 모습과 에너지는 절대로 헛되지 않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한 달성군수의 말처럼 경쟁한 지역들은 신청사 유치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과 긍지를 확인하고 대구시민들에게 그들의 비전과 희망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선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과거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로써 대구시의 신청사 건립이 마침내 궤도에 올랐다. 시민을 믿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대구시와 공론화위원회는 훌륭했고 그걸 받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대구시민은 더 위대하고 훌륭했다. 이젠 '어떤 시청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보다 새롭게 해야 한다.

2002년에 완공된 런던시청의 모습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원형이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원래 직사각형으로 디자인했다가 '친환경'이라는 런던시의 철학에 맞춰 다시 고친 것이다. 건물 전체를 구성하는 투명유리, 3층 회의실 안에 마련된 시민을 위한 방청석 등이 런던이 어떤 도시인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청을 짓는 과정에서 한 번도 다른 도시를 본보기로 들지 않았다.

대구시청을 도쿄도청처럼 만들겠다는 것도, 두류공원을 센트럴 파크처럼 되게 하겠다는 것도 다 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지금은 말조차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말이 쌓이면 의식이 되고 습관이 되어 결국 방향성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대구의 새로운 시청은 오직 대구답게 짓겠다고 말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명소, 새로운 랜드마크도 되어야겠지만 그보단 '시민의 행복'이 진짜 목표라고 말해야 한다. 즉, 대구의 새로운 시청은 대구의 산천과 대구의 역사를 닮아야 하고 대구의 색깔, 대구 사람들의 성정을 닮아야 한다. 그리고 대구의 산업과 대구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도쿄와 뉴욕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인가?'에 더 집중해야한다.

뻔한 해외 사례가 순서대로 나오는 보고서 형식 같은 접근은 이번엔 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의 모델을 따라갈 게 아니라 대구가 세계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도시를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시민을 위한다면 시청을 저렇게도 지을 수 있구나' 하는 본보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공론 민주주의를 통한 신청사 입지 선정이라는 전례도 없고 사례도 없는 일을 해냄으로써 다시 한 번 '시작의 도시'임을 보여준 대구다. 그걸 왜 못 해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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