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엑스원과 아이즈원 다시 볼 수 있을까

허민회 CJ ENM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허민회 CJ ENM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CJ ENM에서 '프로듀스' 시리즈 전 시즌 조작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민회 CJ ENM 대표는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 재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는 우리 잘못이지, 아티스트들이나 연습생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두 그룹의 활동을 통해 얻는 이익은 모두 포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팬들은 당연히 반색하고 있다. CJ ENM의 발표가 나온 직후 원잇(X1 팬덤의 이름)들은 '#엑스원_계속_함께하자'라는 해시태그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자축하고 있었다. 어떤 팬들은 기프티콘을 나누는 이벤트까지 열기도 했다. 엑스원과 아이즈원을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희망에 이때껏 기다린 팬들이 서로의 수고를 나누는 현장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두 팀의 귀환을 고운 시선으로 보는 것은 아니었다. 담당 프로듀서와 책임 프로듀서만 구속됐을 뿐 CJ ENM은 전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처리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팬들 중 '해체론자'들은 원래 순위가 밝혀지지 않은 지금 현재 멤버 그대로 활동을 재개한다면 이들에게 영영 '조작돌'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솔직히 엑스원과 아이즈원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을 때 데뷔 때 기대했던 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판단이 안 선다. 아이즈원이야 발표하려던 앨범이 있으니까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엑스원은 좀 더 시일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예측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내가 더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프로듀스 101 시즌 5 제작'이다. CJ ENM은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해서 투표 등에 대한 감독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프로듀스' 시리즈를 제작하겠다는 방침을 이번 사과문 발표 때 밝힌 바 있다. 그 갖은 풍상을 겪고도 프로듀스 시리즈를 제작하겠다는 CJ ENM의 속내는 뻔하다. 이 시리즈는 버릴 수 없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조작 사태로 거위의 배를 갈라놓고는 다시 봉합해서 알을 낳으라고 하는 격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에 한 번이라도 표를 던져 본 사람이라면 이 결정은 도시락을 싸들고 말려야 할 일이다. 또 다시 청춘들이 돈벌이에 눈이 어두운 어른들의 욕심에 의해 갈려나가는 꼴을 볼 수는 없지 않는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