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이 시아파 민병대 공습에 반발하는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의 한계와 혼란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됐다. 슈퍼파워의 영향력을 지키고 싶지만 개입 확대를 원치 않아 진퇴양난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이 놓은 덫에 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바그다드 현지시간) 오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 몰려든 반미 시위대 수천명 중 일부가 철문을 부수고 경내로 난입해 점거를 시도했다.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이 시위대 습격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전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가 미 대사관 앞에 모여 반미 구호를 외치고 성조기를 태웠다. 시위 분위기가 과열되자 수십명이 5m 높이의 대사관 철문을 부수고 공관 안쪽으로 진입해 입구 부분에서 불을 질렀다. 대사관을 지키던 미 해병대는 최루탄과 섬광탄으로 대응했다. 시위대는 방호벽이 여러 겹 쳐진 미 대사관의 중심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밤늦게까지 해산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즉시 지목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로버트 포드 전 시리아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석 달 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표출된 반(反)이란 민심이 반미 정서로 전환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미국이 이란이 친 덫에 걸렸다"고 AP통신에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의사결정도 이란의 행동을 방치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포드 전 대사는 공격해야 할 사안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부작용이 예상되는 카타이브-헤즈볼라 폭격을 승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실수"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습격 사태 대응을 위해 병력 750명을 급파키로 했다고 31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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