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구자욱, 등번호 65번→5번으로 바꾼 이유는?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절실한 마음으로 핵심 선수로 거듭나겠다"

3일 오후 개인훈련을 마치고 대구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한 삼성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3일 오후 개인훈련을 마치고 대구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한 삼성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삼성 라이온즈의 2019 시즌 성적 부진(8위)은 구자욱(27) 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만난 구자욱은 삼성 프랜차이즈(본리초교·경복중·대구고) 스타로 팀의 핵심 타자란 부담감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기록한 2할대 타율(0.267) 탓인지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해하며 잠시도 편히 웃지 못했다.

예쁘장하고 곱상한 외모라 여전히 나이 들어 보이지 않지만 2020 시즌에는 중고참을 향하는 프로 6년차가 된다.

구자욱은 이번 겨울 절치부심하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성실한 훈련으로 지난해 부진을 씻어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경산볼파크에서 훈련 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약속장소로 나온 그의 마음 속 숨겨진 얘기를 들어본다.

3일 오후 개인훈련을 마치고 대구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한 삼성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3일 오후 개인훈련을 마치고 대구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한 삼성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 지난해 시즌 후 언론 노출이 뜸한 것 같은데.

▶훈련장 등에 기자분들이 여럿 오지만 의도적으로 피한다. 구단과 팬들이 기대하는 몫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사죄로 침묵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이 자리에 오는 데도 마음속으로 많이 힘들었다.

- 이제 삼성에서도 중고참이 되지 않나.

▶ 2012년 입단해 군 복무 후 2015년 프로 1군 무대 뛰어들었다. 6번째 시즌을 맞지만 아직도 삼성에는 후배들이 별로 없다. 형들이 다수다. 나를 뛰어 넘는 후배들이 많이 나타나면 좋겠다.

- 새해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 절실한 마음이다. 미안한 마음 가지고 많이 반성했다. 후보가 아닌 팀의 중심에 있는 선수인 만큼 올 시즌에는 구단과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프로는 실력, 성적으로 말한다.

- 벌크업을 했다고 들었는데, 크게 느낌이 오지 않는다.

▶ 키(190㎝)가 있어 몸무게 90㎏이 돼도 살찐 느낌은 아니다. 입단 당시는 75㎏이었다. 2019 시즌 개막에 앞서 '타자 친화적인 대구구장'을 염두에 두고 몸을 키웠다. 몸집을 불려 중장거리 타자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결국 타율이 떨어지는 등 성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

3일 오후 대구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마친뒤 볼에 사인하는 삼성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3일 오후 대구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마친뒤 볼에 사인하는 삼성라이온즈 구자욱 선수.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 벌크업이 타격에 악 영향을 미쳤나. 그러면 몸무게를 줄일 생각인가.

▶결과적으로 갑자기 굵어진 몸에 잘 적응하지 못한 셈이다. 스피드가 떨어지는 등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더라. 솔직히 고통스러웠다. 그렇다고 다시 몸무게를 줄일 생각은 아니다. 근육은 더 키우고 지방을 좀 줄이는 방식으로 이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다.

- 등번호를 65번에서 5번으로 교체했다. 이미 유니폼을 구입한 팬들의 아우성도 들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먼저 유니폼을 구입한 팬들에게 죄송하다. 한 계단 더 도약을 위해 변화를 꾀하려는 마음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매 시즌 거듭된 부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주술적(?)인 심리도 약간의 등번호 교체 이유가 됐다.

- 새 사령탑 허삼영 감독이 김헌곤과 함께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구자욱을 꼽았다. 허 감독에게 직접 주문받은 게 있나.

▶ 아직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다만 감독님이 부상에 대한 걱정을 해서 훈련 중 조심하고 있다.

- 타격코치로 김용달 코치가 왔다. 만나서 조언을 들은 적 있나.

▶타격이론이 뛰어난 분인데 지도받게 돼 영광이다. 지난 시즌에도 간접적으로 조언을 들은 적 있다.

- 2019 시즌 2번으로 149타석, 3번으로 374타석 들어섰다. 타율은 2번일 때가 0.295로 3번(0.257)보다 높은데 어디가 더 편하나.

▶ 그런 줄 몰랐다. 2, 3번 모두 상위 타선이기에 의식하지 않았고, 그냥 결과론적인 데이터로 보인다. 편한 타선은 없다. 매 타석 더 집중해야 한다.

- 일본에서 개인 훈련을 한다고 들었는데, 겨울철 훈련 일정은.

▶ 6일 일본 오키나와로 개인 훈련을 떠난다. 2월 1일 팀이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만큼 그곳에서 겨울 내내 훈련한다고 보면 된다.

- 야구를 하게 된 동기는.

▶ 대구 본리초교 3년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당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로 축구가 대세였다. 나는 그냥 글러브를 끼고 야구공 던지는 게 좋았다.

- 여성 팬들이 많다. 장가는 언제 가나.

▶결혼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야구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 데뷔 초부터 대스타 이승엽과의 비교, 성적 부진에 따른 팬들의 비난, 악성 댓글 등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푸나.

▶ 다양한 시도를 해 봤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명상 음악을 들으면 조금 안정될 뿐이다. 아직 스포츠심리학이나 의료계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 이승엽 선배와의 비교는 새내기 때 일로 이제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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