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의 아름다운 은퇴…제자들에게 1천만원 기부

은퇴 앞둔 성지중 교사 김기숙 씨 학교에 장학금
"원래 장학재단을 만드는 게 꿈"…"나눌 수 있는 사회 되길"

경자년 (庚子年) 새해를 따뜻하게 여는 사람들이 있다. 여명동(3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씨는 30년 이상 당뇨병으로 고생하며 자식을 키우느라 신장이 모두 망가진 어머니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했을 뿐만 아니라 영남대의료원에 "어머니를 잘 치료해주셔서 고맙다. 의료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5천만원을 기탁했다.

김기숙 교사(56·대구 성지중 교사)는 34년 정든 교단을 떠나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근무한 대구 성지중학교에 장학금 1천만원을 내놓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꿋꿋하게 공부하고 반듯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 성지중학교 교사 김기숙 씨는 내달 은퇴를 앞두고 지난 달 학교에 장학금 1천만원을 기부했다. 서광호 기자
대구 달서구 성지중학교 교사 김기숙 씨는 내달 은퇴를 앞두고 지난 달 학교에 장학금 1천만원을 기부했다. 서광호 기자

"나눔의 가치를 알 게 되면서 마음이 부자가 됐습니다."

내달 은퇴를 앞둔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1천만 원을 선뜻 내놓아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 달서구 성지중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기숙(56·사진) 씨다. 김 씨는 34년 동안 이어온 교직 생활을 마무리 지으며 지난 달 성지중에 1천만 원을 전달했다. 오래 전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교직에 몸을 담기 전부터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교사 일을 하면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교직 생활 내내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학교에서 은퇴할 때 꼭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생각을 실천하고자 매달 적금을 부었다. 또 자신의 다짐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인들에게 "은퇴 후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번 장학금 쾌척 외에도 김 씨는 그간 작지만 따뜻한 선행을 해왔다. 과거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급식을 신청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담당했다. 매점에 가서 빵과 우유 값을 계산한 뒤 매점 주인에게는 "안 팔려서 남는 음식이라며 학생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이 모르게 약 2년 가까이 급식비를 내주기도 했다.

가정 방문을 하면서 알게 된 열악한 환경의 학생들에게 장학금 추천서를 써주면서 "도움을 받은 만큼 나중에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했던 말을 이번에는 김 씨 스스로 장학금 기부로 실천한 셈이다.

무엇보다 가족의 지지가 이번 기부에 큰 도움이 됐다. 김 씨는 "남편이 나의 선택을 칭찬하며 지지해주었고, 아들도 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가족의 격려가 힘이 되고 기뻤다"고 했다.

김 씨는 올해 2월 교직을 마치고 나서 사회공헌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7년간 전공을 살려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다문화 가족이 점차 내게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주는 것이 좋았다. 은퇴 후에도 계속 이 일을 이어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를 배려하고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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