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7시 40분쯤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해맞이공원. 산기슭을 타고 2020년 첫 아침해가 떠오르자 환호성과 함께 하늘로 흰 풍선 수백 개가 솟구쳤다. 객석을 떠나 날아간 풍선들은 하나 둘 터져 흉한 모습으로 금호강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 떨어졌다.
비슷한 시각 서구 와룡산과 남구 신천둔치, 북구 오봉산에서도 같은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날 동구·서구·남구·북구·달성군 등 대구 5개 구·군청이 새해맞이 행사에서 날린 풍선만 3천여개에 이른다. 추적이 불가능한 탓에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대부분 금호강이나 야산, 도로 등 도심 곳곳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새해맞이 행사에서 고무풍선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환경오염에 앞장서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고무풍선은 천연 재료인 라텍스 고무로 제작되지만, 자연 분해되는 데는 최대 4년 이상이 걸린다. 수백 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폐기물보다는 빨리 분해되지만, 터질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가루로 날려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얇은 해초류 조각처럼 생겨 초식동물이나 거북이가 먹이로 착각해 먹었다가 병에 걸리는 경우가 생기고, 수천 개에 달하는 풍선이 불규칙하게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탓에 일일이 수거하기도 어렵다. 최악의 경우 올해 첫날 날아간 풍선들이 2024년까지 미세한 형태로 대구 곳곳에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여론이 일면서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새해맞이 풍선날리기를 막아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날려보낸 풍선은 소원을 담고 하늘에 가 닿기는커녕, 결국 터지거나 바람이 빠져 바다나 강, 호수로 떨어져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한다"면서 "풍선을 모두 회수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행사로 대체해야 한다"고 썼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5일 논평에서 "이미 선진국은 대규모로 풍선을 날리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지만, 우리는 유해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 각 자치단체는 풍선 날리기를 금지하는 친환경정책을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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