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작은 관심, 큰 안전

이성재 대구 서부소방서 행정안전팀장

이성재 대구 서부소방서 행정안전팀장
이성재 대구 서부소방서 행정안전팀장

바야흐로 한 해 계획을 구상하는 1월이다. 이맘때면 사람들은 새해를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야심 차게 목표를 세울 것이다.

필자 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보람 있게 할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바로 독서와 운동이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었네", "피곤하니까 운동은 내일 해야겠다" 하는 식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사흘만 지나도 목표는 조금씩 잊힌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덧 새로운 해를 덜컥 맞이하면서 후회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잠깐 책을 읽거나 운동할 시간 정도는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일종의 핑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생활 속 안전 점검도 이와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화마(火魔), 그 불씨의 시작은 아주 작은 무관심에서 시작된다. 귀찮아서 혹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주 잠깐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이 되면 화기 사용과 실내 활동이 증가하게 되면서 화재의 위험 요인도 함께 증가한다.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철에 화재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용품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화재가 늘어난다.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2018년 전국적으로 겨울철 난방용품에서 발생한 화재 중에서 전기장판·전기히터가 1천6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열선 1천207건, 화목보일러 1천184건의 순이었다.

특히 전기장판, 전기히터 등의 난방용품은 온갖 전선과 발열체들로 이루어져 전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그 전기를 열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화재 발생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또한 장기간 보관하는 과정에서 접혔던 부분의 열선 피복 손상으로 발열되거나, 전기장판 위에 천연고무 침구류를 장시간 놓아둘 경우 혹은 전기장판 자체의 노후화로 열선이 단선이 되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 요소들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작은 관심'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겨울철 난방용품은 가급적이면 같은 시간대에 1개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옷장이나 이불, 소파 등 가연성 물질 가까이에서는 난방용품을 자제하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난방용품은 반드시 고장 여부를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전기장판은 KC마크와 EMF마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하기 전에는 전선의 파열 여부나 장판이 파손되거나 마모된 곳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온도 조절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작동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애프터서비스(AS)를 받아야 한다.

화재 예방을 위한 작은 무관심. 이처럼 너무 당연한 것들이지만 우리가 매년 세웠던 야심 찬 새해 목표와 마찬가지로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작은 무관심들이 쌓이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데,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부주의'이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2천107건으로 이는 대구에서 발생한 약 4천375건의 화재 중 48%를 차지하는 높은 수치다. 곱씹어 생각해보면 지난 한 해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4천여 건의 화재 출동들이다.

경자년 새해, 우리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며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쥐꼬리만큼' 작은 관심이 커다란 화마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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