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시의 성(聖) 프란치스코(1181~1226)는 '빈자(貧者)의 성인'이라 불린다. 이탈리아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10대 시절을 지낸 그는 수도자가 된 이후 온 생애를 철저한 금욕과 절제, 청빈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백 년마다 한 번 성 프란치스코가 태어난다면 세상의 구원은 보장될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그의 생애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런 성 프란치스코도 사람인지라 성욕 때문에 괴로워했다. 성욕이 일 때마다 그는 하느님에게 자신의 음욕을 없애달라고 기도하며 피투성이가 되도록 장미 덤불 위를 뒹굴었다. 프란치스코 사후 아시시의 성당 마당의 장미들은 가시가 없다고 전해진다. 아시시의 장미를 다른 곳에 심으면 가시가 생겨나고, 아시시에다 옮겨 심으면 가시가 없어진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다.
현 교황의 이름은 바로 이 성 프란치스코에서 딴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콘클라베(교황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 표를 얻었을 때 옆자리에 있던 클라우디오 우메스 추기경이 "가난한 사람을 잊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며 자신을 껴안는 순간 성 프란치스코가 떠올랐다고 한다. 즉위 이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몸에 밴 겸손과 탈권위적인 행보를 보이며 역대 여느 교황들이 경험치 못한 큰 사랑을 대중들로부터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한 여성이 자신의 팔을 확 잡아당기자 여성의 팔을 두 번 내리치는 모습이었다. 평소 인자한 이미지와 상반된 모습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논란이 일었고, 교황이 순간적으로 인내심을 잃었다고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가톨릭계에서는 '교황 무오류설'이라는 용어가 있다.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황의 공식적 선언에는 오류가 없다는 시각인데, 교황도 사람일진대 모든 언행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누가 신체적 고통을 갑자기 가하면 '억!' 소리가 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성 프란치스코조차도 음욕과 싸웠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버럭 화내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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