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앞산 자연동굴 입구에…"붉은색 십자가 덕지덕지, 소름끼쳐"

'무섭다', '자연 암석에 저러면 안 돼'… 누리꾼 관심폭발, 등산객 "지속적으로 덧칠돼 관리하고 있어"

등산객 김모(58) 씨가 10년전 찍은 동굴 사진(위)과 최근 동굴의 모습. 김 씨는
등산객 김모(58) 씨가 10년전 찍은 동굴 사진(위)과 최근 동굴의 모습. 김 씨는 "십자가 표시가 확연히 선명해졌다" 며 "누군가 덧칠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주형 기자

대구 앞산의 한 동굴이 정체불명의 표시로 훼손된 사진이 대구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근의 다른 동굴에도 비슷한 형태가 그려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등산객을 중심으로 이 표시가 최소 10년 전부터 덧칠 등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동굴은 남구 충혼탑에서 앞산전망대 방면 등산로 500여m 지점에 있는 곳으로 폭 1.3m, 높이 1.2m, 깊이 4m 크기다. 성인 남자 2~3명 정도가 앉아 있을 수 있는 규모의 공간 인근에는 가로 30㎝, 세로 40㎝ 크기의 크고 작은 십자가 모양 표시 8개가 동굴 안팎으로 범벅돼 있었다. 인근의 다른 곳에서도 같은 래커칠로 추정되는 십자가 표시 5개가 그려져 있었다.

정체불명의 십자가 표시는 인근의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이주형 기자
정체불명의 십자가 표시는 인근의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이주형 기자

이 동굴은 지난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는 지금'에도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이틀 만에 댓글 6천여 개가 달렸다. '기괴하고 무섭다', '사이비종교가 기도하는 곳인 것 같다', '자연 암석에 저렇게 해도 되나' 등 누리꾼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표시가 꾸준히 관리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2010년 등산을 하다 이곳에서 십자가 표시를 발견했다는 김모(58) 씨는 "평소 산행을 하다 동굴을 발견하면 들어가보는데 여기는 너무 괴상해서 엄두도 못 냈다"며 "누군가 계속 덧칠로 유지하는 것 같은데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굴은 김 씨가 지난 2010년 찍은 사진과 같은 위치였지만 빨간색 십자가와 흰 바탕이 더욱 선명해져 있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연물에 이런 표시와 그림을 그릴 경우 처벌은 경미한 수준이다.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인 앞산 내 바위나 자연물에 그림을 그려 훼손하는 것에는 벌칙조항이 없다. 다만 경범죄처벌법 상 바위, 나무 등에 글씨를 새기거나 자연을 훼손한 경우 범칙금 5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런 표시는 처음 봤다. 동굴은 자연보호 목적으로 6년 전 폐쇄된 등산로 인근에 있어 파악이 늦었다"며 "표시를 지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시정하겠다. 앞으로는 인적이 드문 길도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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