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대구 자갈마당 옆 금수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연극 '동화세탁소'에서 안젤라 역을 맡게 되었다. 안젤라는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찾아 읽고 보기를 반복했다. 결국 선배에게 생각을 나누었고, 선배는 차를 몰아 어디론가 급하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골목에 들어 선 순간 눈앞에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다.
그곳은 작품의 배경인 자갈마당이었다. 찰나였지만 그날 보고 느꼈던 모든 감각들을 동원해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극중 배역이 처한 상황과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만약에 내가~' 라는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러시아의 연극 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만들어낸 연기법 중 하나인 'Magic if~'는, 배우가 '만약에 내가 ···라면' 이라는 식의 상상의 마술을 발휘해 내면과 외면적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Magic if~'를 통해 안젤라 내면의 강한 의지와 사랑, 하지만 하루하루를 피폐함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외면적 행동 속에서 안젤라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치열하게 살아갈수록 밀려오는 정서적 갈등과 성적 수치심, 불안한 심리의 상처투성이 안젤라의 쓸쓸했던 삶은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감당하기에 벅찼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역할에서 벗어나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너무 멀고 아픈 시간들이었다.
실제로, 영화 배트맨에서 조커 역을 열연한 잭 니콜슨은 그 광기어린 배역 때문에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이 폭발하여 촬영장에서 온갖 히스테리를 부렸다. 하루 만에 그만두는 보조 연출자들이 10명이 넘게 나왔다. 영화촬영이 끝난 후 2년 동안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익명으로 정신상담을 받고 정신을 가다듬었다고.
긍정적인 상상은 사람을 행복하고 흥분되게 만들고, 부정정인 상상은 앞선 걱정과 불안감을 준다.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길에 대한 상상은 생각의 방향에 따라 때로는 후회를 때로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가끔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 된다', '이러니까 헬 조선이지' 라는 식의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우리 선대의 헌신적인 힘이 아닌가.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허물이 있다고 해서 부정적인 말과 행동들로 에너지를 몰아간다면 더 팍팍하고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
인정하고 이해하며 긍정적인 의지로 에너지를 모아 험난한 길을 함께 극복해 나간다면 더 좋은 세상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 긍정적인 상상으로 필터링하고 채우고 믿어보자.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고, 사상과 감정이 침묵 할 때 '만약에'라는 행복한 '상상'을 펼치고 외쳐보자.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노래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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